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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 CAMP

개인이 아닌 '팀'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

2026 APE CAMP 참여 후기: 유지미(치부) 참가자
개인이 아닌 '팀'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

 

지난 6월, 3일간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2026 에이프캠프는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선 수많은 창작자들의 치열한 실험과 연대로 채워졌습니다. 짧고도 밀도 높았던 이 융합의 여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과연 어떤 영감을 주고받고 또 한계를 돌파해 나갔을까요?

 

이번에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각으로 기술과 퍼포먼스를 결합하며 융합 예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는 유지미(치부) 참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유지미(치부)] 참가자 / 융합예술가

 

Q1. 자기 소개: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지미 | 안녕하세요. 치부(유지미)입니다. 여성 신체의 역설적인 존재 방식을 탐구한 ‘정미와 트월킹’ 퍼포먼스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기술과 퍼포먼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습니다. XR을 활용해 가상 여성의 생명과 디지털 여성혐오의 맥락을 다루는 ‘Downfall of the Virtual Human’ 3부작과 가슴축소술을 배경으로 한 두 여자의 대화인 풀돔 프로젝션 작품 ‘非體 1(비체 1)’를 최근에 전시했습니다.

 

‘非體 1(비체 1)’

 

Q2. 작업 소개: 현재 다루고 계신 주요 매체나,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작업의 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유지미 | 제 작업은 '디지털 페미니즘’과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로 두지 않고, 매체의 기술적 특성을 통해 사회 구조의 모순을 파고들며 접근하곤 합니다. 관객이 직접 인물을 위해 유두 성형수술을 해주거나, 바퀴벌레가 되어 가상 여성을 구하는 등 유쾌하면서도 지독하게 풍자적인 경험으로 치환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 삶을 바탕으로 고졸 이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좌) Downfall of the Virtual Human Part 1,2, (우) CuttingNippleChallenge _ Downfall of the Virtual Human Part 3

 

Q3. 신청 계기: 이번 2026 에이프캠프에 참여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유지미 | 융합 예술 분야에서 창작을 시작한 지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XR 이외의 매체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고자 하는 갈증이 컸으며, 특히 사운드나 애니메이션 등 제가 깊이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직접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국내에는 융합 예술 창작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기회가 매우 드물기에 이번 에이프캠프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특히나 작년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기 때문에 올해 캠프 합류가 더욱 뜻깊었습니다.

 

 

Q4. 협업의 경험: 전혀 다른 분야(기획자, 기술전문가 등)의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조율해 나가셨나요?

유지미 |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개인이 잘하는 것'보다 '팀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캠프에는 융합 예술의 모든 분야 전문가가 모여 기술적 선택지가 다양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역량을 보여줄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팀의 공통된 메시지를 먼저 찾고, 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팀과 미션의 방향성에 맞춰 의견을 하나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Q5. 관점의 변화: 캠프를 경험하기 전과 후,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바라보는 작가님만의 관점이나 생각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유지미 | 기술 자체에 대한 관점보다는, 이 융합 예술 생태계를 함께 살아가는 훌륭한 동료들이 세상에 무척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캠퍼들의 아이데이션 방식과 태도를 배웠고, 네트워킹 시간에는 서로의 작업물과 방식을 깊이 나누며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최근 한 동료가 좋은 오픈콜 정보를 공유해 주었는데, 캠프에서의 인연이 실질적인 교류로 이어짐을 체감했습니다. 이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갈 융합 예술의 미래가 무척 기대되며, 저 역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Q6. 인상 깊은 순간: 캠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 깊었던 순간, 혹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지미 | 두 가지 순간이 떠오릅니다. 먼저 둘째 날 미션 1을 마치고 팀원들과 다 같이 순댓국을 먹었던 일입니다. 당시 너무 고단해서 순댓국이 간절했는데, 외국인 캠퍼들의 입맛에 맞을지 조금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Siming Lu와 Alina Ling 두 분 모두 흔쾌히 즐겨주었고, 심지어 식당에서 직접 참깨까지 갈아 넣는 모습에 다 같이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순간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며 팀원들과 진심으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미션 2 아이데이션 과정입니다. 한계에 부딪혀 다들 힘들어하던 중, 무심코 눈앞에 놓인 캠프에서 제공해 주신 동시통역기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공갈 젖꼭지'라는 오브제가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디어 덕분에 우리가 구상하던 '기계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한층 더 구체적이고 작품다운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막혀있던 돌파구가 열리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Q7. 기술의 적용: 이번 캠프에서 접한 기술 중 작가님의 향후 작업에 접목해 보고 싶은 기술이나 방법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지미 | 캠프 셋째 날 진행된 미션 2의 큰 틀은 '용감한 세계'였고, 주제 중 하나는 '백남준'이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박남희 관장님의 소개로 시작된 이 미션을 수행하며, 팀원들과 백남준의 삶과 작품에 대해 깊이 리서치하고 논의하였고, 그만의 미디어 방법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대화 덕분에 작품 ‘TV 브라’를 모티프로 세상에 반항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비록 해당 미션에서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마침 그의 20주기를 맞아, 당시의 영감을 바탕으로 곧 새로운 작업에 착수하고자 합니다.

 

 

Q8. 예비 참여자를 위한 조언: 앞으로 에이프캠프의 문을 두드릴 미래 참여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꿀팁이나 한마디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유지미 | 미션 일정은 생각보다 훨씬 짧고 밀도 높게 흘러갔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아이데이션이나 기술적인 구현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아니 벽에 부딪히기 전부터 캠프에 함께하시는 멘토님들을 적극적으로 괴롭히시기를 권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이신 멘토님들은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돌파구나 실질적인 기술적 조언을 아낌없이 내어 주십니다. 그리고 주시는 양질의 레퍼런스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답을 찾을 때까지 혼자 앓기보다는, 주저 없이 질문하는 열린 태도가 이 짧은 기간 동안 큰 배움과 네트워킹을 얻어가는 확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