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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예술적 여정과 작업 궤적의 기록 | 지역예술도약 《2025 ARKO LEAP》 출판 및 아카이빙

아카이빙‧출판- 손몽주, 신예선, 유대수, 장상철.png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은 광역문화재단에서 발굴·추천한 작가를 예술위가 후속 지원함으로써 작가의 다음 도약을 도모하는 지역중앙 연계형 사업이다참여작가 17인은 올해 아르코가 지원하는 창·제작비평 자문, 획자 및 공간 매칭출판전문가 1:1 컨설팅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다듬어 왔다손몽주, 신예선, 유대수, 장상철 작가는 2025년 12월 12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2025 ARKO LEAP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출판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세계를 디지털과 책으로 엮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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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로] 2014 낙동강유목.고무밴드 1800x1500x700cm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선보인 손몽주 작가(b.1978)는 본인의 작품 중에서 작업세계의 큰 전화점이 된 대표작품 및 장소가 중요했던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재현하는 실험적 아카이브를 진행하였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해온 손몽주는 그간 조각, 설치, 뉴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일상의 재료와 새로운 접합을 응용해 공간과 관계를 끊임없이 변주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장소성을 중심으로 대형구조의 공간에 직접적으로 초대하는 방식으로 많은 관람객을 만났다. 초기작 ‘라인시리즈’ 부터 ‘스윙시리즈’, ‘유목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표류와 유목의 은유 속에서 긴장과 해방, 놀이와 성찰을 교차시킨다. 이는 살아가는 움직임속에서 확대된 긴장과 시간의 감각적 차원을 확장하는 열린 예술적 경험으로 새로운 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형 조각과 건축적 규모가 가지고 있는 보관과 기록의 한계는 작가에게 오랜 고민이었다. 대형 공간 작업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아카이빙을 통해서 극복하고, 작품을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영구적인 형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진행한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와 예술그룹 ‘단잠’의 협력으로 12K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하였고, 여기에 더해 XR과 언리얼엔진 프로그램 기반의 제작을 진행하여 디지털 공간 상에서 작품을 당시 원작 방식과 동일하게 구현을 한 것이다.

12K 메타버스 아카이브 발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jpg
12K 메타버스 아카이브 발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아카이빙 작업은 과거의 작품을 재현하고 표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작품을 현재의 시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는 사람의 눈높이에서만 가능했던 감상 장면을 뿐만아니라 카메라의 자유비행 시점으로 관람이 가능해 해석의 방식을 다각도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실제 전시 관람 환경(오프라인)에서 관람객이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전시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논의를 진행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감상할 수 없는 눈높이에서 감상을 한다거나 360도로 회전하여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등이 그것이다. 실제 게임과 같이 반응형으로 구현되어 마치 실제로 작품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  

또 다른 아카이빙 자료는 동화 형식으로 구현된 ‘작품’의 이야기 조각집이다. 스토리북 『명랑부표』는 작가의 최근작품인 ‘떠다니는 조각들’ 시리즈를 기초로 동화의 형식을 빌었다. 작가가 말하는 ‘떠다니는 조각들’ 중에서 특히 바다의 ‘부표’에서 파생한 다양한 시점을 상상의 스토리로 옮겨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 점이 특징이다. 향후 작가의 기존 작품 속에서 출발한 이야기 조각집을 앞으로 여러 이야기로 출판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관련한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https://www.sonmong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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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내피_모사_372×372×187cm_2025. 비엔날레 날땅(태백경찰서 망루)  ©신예선

신예선 작가(b.1973)는 지난 24년간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각자료와 비평을 통해 한자리에서 조망해보는 연구자료는 출판하였다. 신예선은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섬유를 주된 매체로 활용하여 유목적 삶의 환경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정서적, 물리적 상태를 탐구해왔다. 실을 짜는 뜨개질 기법을 통해 평면에서 입체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기술∙재료∙문화가 응축된 총체적 예술이라고 본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 1803-1879)의 ‘구축성(Tectonics)’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건축의 기원이 섬유(직조)에서 시작되었다고 본 젬퍼의 주장은 섬유가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재료로써, 섬유를 이루는 기본 구조인 실이 직조되며 입체적 구조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잠재력을 가진 매체로 바라보는 신예선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서울에서 제주로 삶의 터전을 이동하며 섬유가 가진 이동의 용이함이 건물 등의 뼈대를 이루는 골조와의 결합을 통해 유목적 형식성을 가진 작품으로 발전해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개인의 삶과 작품의 주제가 직조되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는 조각·설치·공예·디자인으로 작업의 양태가 변화되며, 나아가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이번 연구자료집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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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내피_모사_372×372×187cm_2025. 스웰의 궤적(예술곶산양, 제주) ©신예선

시각적으로는 근작인 〈빨강 내피〉(2025) 작업을 중심으로 최희승 큐레이터의 비평이 함께 실렸다. 〈빨강 내피〉는 강원도 태백 장성동에 위치한 근대문화유산인 태백경찰서의 망루에 설치된 작업으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물의 외피를 빨간 섬유 니트로 감싸는 것을 통해서 촉각적이고 정서적인 체험의 공간으로 변모 시킨 작업이었다. 이후 제주 예술곶산양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서 다시 전시되었다. 태백에서 설치된 작품에서 벗겨진 내피를 마치 탈피한 껍질처럼 전시장에 독립적으로 설치하였다. 이를 통해 이동과 정주, 과거와 현재, 관계와 관계를 이어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었다. 이렇듯 인간의 삶, 그리고 정주와 이동에 대한 신예선의 작품 세계를 초기부터 현재까지 연구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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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수 출판기념회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유대수 작가(b.1964)는 ‘나’의 삶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 내용을 주제로 다룬다. 목판화가 가진 단순함은 우직함과 명쾌함으로, 수묵을 연상시키는 판각과 필획의 표현에 집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숲이나 돌, 신체의 형상 등의 조합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의 실재, 인식의 유무 상호 관계성을 탐구한다. 이번 아르코 지역예술도약사업을 통해 제작한 아카이브는 1993년부터 2025년까지 30여년간 활동한 작품을 집약하였다. 『유대수 목판화 –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2025)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화집에서는 지난 32년간의 작품활동을 2015년 이전과 이후로 크게 구분하여 작품 세계를 살펴본다. 2015년에서 2025년까지 지난 10년간의 작품을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라는 화집의 전체 제목과 동일한 소제목으로 묶고, ‘꽃 무릇’이라는 소제목으로 1997년부터 2014년까지의 작품을 하나로 묶었다.

작품 활동의 초기이자 작가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던 1993~2003년까지는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음을 연대기를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다. 판화라는 형식의 틀을 놓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법과 주제로 실험을 하던 시기였다. 작업 활동의 공백기 이후 2013년과 2014년에는 유대수 작품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나, 그 완성이 이루어진 것은 2018년 이후에 선보인 〈숲에서 생각한 것들〉(2018~2021), 〈아무것도 아닌 그것〉(2020-2021), 〈몽유남천〉(2012), 〈풍경조각〉(2023), 〈산산수수〉(2022-2025),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2015) 등의 전시와 동명의 작품들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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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수 작가 아카이브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특히 이번 아카이빙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작품집과 동명의 작품인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2025)에서는 산-물, 나무-숲, 그리고 사람-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과 철학을 간결하고 투박하나 묵직하고 깊이 있는 목판화의 세계를 통해 보여준다.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서 정통 판화의 세계를 유대수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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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설치 작업전 <사물(事物)의 빛> 전시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장상철 작가(b.1965)는 ‘흙’과 같은 자연을 이루는 요소를 가지고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탐구한다. 이는 존재의 본질과 사물의 시공을 환기하는 따뜻한 울림을 추구하는 작업적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빛의 반영, 확산된 공간’에 대한 주제의식을 지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전시와 평론가 인터뷰 등으로 한데 정리한 작품집으로 모아 출판하였다. 장상철의 작업은 크게 세가지 형태로 선보인다. 하나는 주사위 형태 육면체의 도자조형물에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LED 조명을 넣어 빛을 투과하는 형태이다. 두번째 유형은 사각형 라이트 박스안에 위에서 언급한 조명을 넣은 육면체 도자 조형물과 파편을 넣은 조형물이다. 마지막으로는 의자와 테이블 형태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사유와 휴식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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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작가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세가지 형식으로 변주되는 작품이 작품이 놓이 장소에 따라서 변화한다. 대형 도자 설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도자, 빛, 장소이다. 강원도 원주의 거돈사지나 법천사지와 같은 폐사지에서 진행된 대형 라이트 설치 조형물이 속초의 폐리조트 등으로 이미 용도 폐기된 장소를 작품으로 재생시킨다. 특히 2022년에서 23년까지 법천사지에서 진행된 전시에서는 기간 중에 강한 돌풍으로 인하여 작품을 지지한 구조물이 넘어진 적이 있었는데, 이때 파손된 작품의 파편을 활용하여 2년후에 ‘빛의 반영(Reflection of Light)’의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빛과 공간(장소)는 장상철의 작업을 이해하는 주요한 단어로 장소특정적인 대규모 설치 작업을 통해서 공간과 시간,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고리로 활용되며, 빛은 관람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변화되는 공간 속에서 작품으로 더욱 몰입하게 하는 매개물로 기능하게 함을 지난 작업들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글_박경린(전시공간 리플랫 디렉터)

전시를 만들고, 책을 만든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시대 문화의 흐름을 전시, 출판, 포럼,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 등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시각예술에 대한 고유한 가치를 탐구하고,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전시공간 리플랫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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