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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불멸과 사후 데이터의 윤리적 가능성 | 김예나 《Nameless》

등록일
2025-09-16
조회수
108

김예나 메인이미지.jpg

《Nameless》 전시 전경.

사진: 진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창작산실로 선정된 김예나가 개인전 《Nameless》를 개최한다.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예나는 대중매체와 하이퍼 이미지, 빅데이터 등 동시대 기술 환경을 다원적 방식으로 다루며, 《Non-standard Immortality Contract》(2025, 독일 Kunstverein Wagenhalle), 《Digital Metapomorsis: Immortality》(2024, 탈영역우정국) 등 국내외 전시를 통해 주목받아왔다. 기술·데이터·인공지능을 매체로 작업해온 김예나의 이번 전시는 유튜버 홍가영의 데이터를 토대로 제작된 가상 인간 ‘Nameless’를 중심으로, 디지털 불멸과 사후 데이터의 윤리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Nameless》는 실재와 가상을 오가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흔드는 새로운 예술적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김예나 개인전 《Nameless》가 2025년 8월 30일부터 9월 7일까지 Platform L 머신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실제 인물 홍가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가상 인간 ‘Nameless’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이 불러오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기술 발전이 개인의 생애를 영속적으로 소환하고 재생산하는 동시대 현실을 배경으로, ‘디지털 불멸’이라는 개념을 사유하며 인간 존재의 새로운 윤리적 균열을 드러낸다.

 

전시는 2023년 작가가 유튜버 홍가영과 체결한 〈비표준 불멸 계약〉에서 출발한다. 홍가영은 자신의 영상, 모션 캡처, 신체 스캔 데이터, 문서 등을 김예나에게 제공했고, 이를 통해 가상의 인물 Nameless가 구축되었다. 홍가영이 “그 존재에 이름이 없어도 괜찮냐”라고 되묻던 순간, 작가는 이를 ‘Nameless’라 명명했고,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되었다. 이름 없는 존재는 정체성을 부여받지 못한 채 인식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존재이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초상이다.

 

주요 작업 〈Nameless〉(2025)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복제한 가상의 채널 〈Nameless’s channel〉을 통해 실시간 송출된다. 영상 속 Nameless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과 볼류그래매트리 3D 스캔, 모션 캡처, 모션그래픽 등 다양한 기술적 장치를 통해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Nameless는 가상의 ‘제주’를 배경으로, 자신의 불완전한 세계와 정체성을 탐색하며 이름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여정을 이어간다. 관객은 현장에서 Nameless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마주하고, 그와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 실재와 허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체감하게 된다.

 

또 다른 작품 〈우린 불멸을 원하나?〉(2025)는 홍가영의 라이브 방송 영상을 활용하여, 가상 존재가 실제 소통을 대리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특히 홍가영이 “잘못되면 모든 것을 파기하고 지우고 싶다”고 말한 대목은, 디지털 시대의 ‘잊힐 권리’와 영속적 데이터 보존 사이의 긴장과 모순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김예나의 개인전 《Nameless》는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계약과 질문을 반복 갱신하며,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주도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소멸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관객은 이 전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남긴 껍질과 그 공백 속에서, 또 다른 ‘나’로서의 Nameless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예나의 작업 방식에서 미루어보아 Nameless는 어떤 방식으로든 거듭 진화될 운명이다. 가상적인 것은 물리적 세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던 인류의 오랜 욕망의 발로이다. 실로 그 욕망은 급진적인 속도로 달성되며, 더 이상 어색하거나 불가능한 미결의 영역으로 흐릿하게 번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더욱더 선명하고, 실감 나고, 불가해한 공감각물로 도약하여 우리를 전례 없는 혼란으로 몰아세울 뿐이다. 이미 행장(行狀)으로 말이 없는 자를 묘사하던 시대는 저물었고, 익명으로 부치는 무수한 데이터, 피드백과 재생산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생멸해야 할까. 어떤 사유나 철학보다 불쾌하다는 본능이 앞선 채 디지털 껍질과 마주하는 《Nameless》의 장면에서, 우리가 어쩌면 가질지도 모를 또 다른 Nameless에게 전유해야 할 동질성과 고유성은 무엇일까. 그 특질을 겸비한 Nameless는 얼마큼의 나일까. 역으로 내가 남기고 간 데이터는 얼마큼의 Nameless일까.

- 이지언 (독립 기획자)

 

 

 

 

《Nameless》

2025.8.30.-9.7.

Platform L 머신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창작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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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전시 전경.

사진: 진현.

 

 

3_김예나 Nameless - EP 1. 안녕하세요. 저 여기 있어요_사진 _ 진현 .png 

〈Nameless〉 EP 1. 안녕하세요. 저 여기 있어요.

사진: 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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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EP 2. 중대발표 하겠습니다.

사진: 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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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EP 3. 제목 없음.

사진: 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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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전시 전경.

사진: 진현.

 

 

  

김예나 

김예나는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기술을 매체이자 소재, 주제로 삼아 일상과 사회에 스며든 대중매체, 하이퍼 이미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다원적인 방식으로 작업한다. 개인전으로는 《Non-standard Immortality Contract》(2025, Kunstverein Wagenhalle, 독일), 《Digital Metapomorsis: Immortality》(2024, 탈영역우정국, 서울)을 개최했으며, 단체전으로는 《It Can Be Done But Only I Can Do It》(2025, Kunstbezirk, 독일), 《Kunst am Wegesrand》(2024, Museum MAIIIA, 이탈리아), 《자연이 예술에게, 예술이 자연에게》(2023, 서울식물원)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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