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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도, 고결한》 설치 전경.
사진: CJY ART STUDIO. 제공: Primary Practice. ⓒ 2025. Artists and Primary Practice.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주체에 선정된 프라이머리 프랙티스(Primary Practice)는 오늘날 예술이 놓인 다층적인 맥락을 보다 넓은 시야로 담아내고자 설립된 프로젝트 스페이스다. 작업의 형태나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이 비롯된 작가의 태도와 생각, 그리고 작업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주목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제도나 규범이 담아내지 못한 것들, 혹은 무시하고 지나쳐온 감각과 내용을 드러내고자 한다. 즉, 예술이 제도 밖에서, 혹은 제도를 넘어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열린 공간이다. 김옥선, 정성윤, 임창곤, 박예림 작가가 참여한 기획전 《기괴하고도, 고결한》은 기괴하고 낯설며, 불쾌한 감각까지도 선사하는 형상들에서 출발한다. 그로테스크가 유발하는 위배의 감각에 기대어 오늘의 정상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일반화된 일상의 양식 바깥의 객체 혹은 타자화된 삶과 존재의 조건을 탐색한다.
프라이머리 프랙티스의 기획전 《기괴하고도, 고결한》은 ‘그로테스크’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는 일반적이지 않고,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그래서 기이하고 낯설며 때로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시각적 형상이다. 그로테스크는 조화롭지 않은 것, 비정상적인 것, 희극과 비극이 충돌하거나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에서 비롯된다. 본 전시는 이러한 ‘위배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정상성과 미적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고, 일상적으로 간과되는 주변의 삶, 타자화된 존재의 조건을 자각하도록 유도한다. 참여 작가 김옥선, 정성윤, 임창곤, 박예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계 위에 놓인 존재, 신체와 감각, 자연과 기술, 생과 사의 경계를 탐구한다.
김옥선은 인물, 사물, 풍경 등 다양한 대상을 사진으로 포착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사회적 경계에 위치한 존재들이다. 예컨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타자화된 여성, 외국인, 재일 교포 2세, 국제결혼 커플, 동성 커플, 그리고 그들의 생활공간과 사물, 혹은 제주도의 외래 식물종 등이다. 이들은 단순한 피사체를 넘어,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영향을 주고받는 살아 있는 존재로 드러난다. 김옥선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생경하고도 인상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연작 <인터뷰>에서는 1930년대에 태어난 세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독재정권 시기 계엄을 겪고 남장여자로 살았던 국회의원 김옥선, 기지촌 여성을 위한 단체 두레방을 설립한 문혜림, 독일로 이주해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아온 김인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삶은 가부장제와 근대사의 틈에서 배제되어 온 서사를 복원하며, 표류와 이주의 시간, 정체성의 경계에 선 존재를 다시 부각시킨다.
정성윤은 기계 장치와 조형 구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믿음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순환의 경로를 그려낸다. 힘이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 점차 증가하는 혼돈(엔트로피)이 임계점에서 생성하는 긴장과 질서를 그는 기능을 넘어서 작동하는 기계 구조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성윤은 인간의 눈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먼 우주의 존재인 ‘성운(nebula)’에 주목한다. 성운은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존재로, 종교와 신화 속 서사에도 종종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허공으로 솟구치는 유령 같은 조각 형상으로 형상화한다. 속을 알 수 없고, 외피만이 드러나는 이 조형물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부유감과 함께 관객에게 경외와 동시에 불안감을 환기시킨다.
임창곤은 회화의 틀을 해체하고, 분할된 이미지들을 조합해 신체의 감각을 다시 탐색한다. 그의 작업에서 신체는 분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치며, 구체적 형상은 추상화되고 현실 이미지와 혼합된다. 특히 남성 누드를 모티프로 삼되, 특정 인물이나 성별로 환원하지 않고, 신체 자체가 지닌 복잡성과 불안정성에 주목한다. 그의 회화는 패널별로 나뉜 조각난 신체의 외곽선과 그것들이 재조립되었을 때 생기는 시각적 충돌을 통해, 관객과 대상 사이의 응시 구조를 해체하고 유동적인 권력관계를 제시한다. 그로테스크한 신체는 정체성이 불확실한 존재로서, 단단히 규율된 미적 형식과 시각 질서를 의심하게 만든다.
박예림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물, 즉 이끼나 나뭇가지, 뿌리 등에서 시작해, 이질적인 요소들을 연결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생태적 구조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시간성과 물질성을 띤 자연 요소들이 충돌하고 얽히는 방식 속에서 새로운 조형적 질서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나무, 열매, 잎사귀가 결합된 복합적 형태가 등장한다. 공생과 기생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업은, 염색지로 감싸 흐릿하게 남은 패턴과 절단면의 이질감이 공존하며,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의 생태를 형성하는 장면을 만든다. 박예림의 작업이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익숙한 생태적 질서와 인간 중심적 시각을 교란하면서, 이성과 합리 바깥의 존재 양식을 조형 언어로 들이밀고, 이를 통해 다른 감각과 상상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그로테스크, 그 기괴함의 미학은 단지 보편적인 미의 규준에서 벗어난 파격이나 추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각적 질서에 의해 포착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마주하는 경험에 가깝다. 보기 싫은 것이 아니라, 보기 어려운 것, 즉 그간 보아온 방식으로는 읽히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체계화되고 학습된 것의 바깥에 존재하던 것이 시스템의 안에서 인지되어 충돌하는 순간에 양식화된 것이며, 이로써 우리는 그간의 인식을 되물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용인된 보편적 미감이 흐트러지는 순간 형식 너머에 잠재된 인식론적 혼란이 폭로하는 이미지의 정치적 가능성과도 같다. 익숙함에서 미끄러진 이 낯선 형상은 공포와 불편함을 유발하지만, 바로 그 감각의 충돌이야말로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해 온 방식을 되묻게 되는 순간이다.”
-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기괴하고도, 고결한》
2025. 7. 5.-8. 17.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김옥선 <인터뷰>, 2024, 3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8분 23초.
사진: CJY ART STUDIO. Copyright ⓒ Artists and Primary Practice.
박예림 <바닥 아래> 연작 및 <그 후에>연작 설치 전경, 2025, 혼합재료, 가변설치.
사진: CJY ART STUDIO. Copyright ⓒ Artists and Primary Practice.
임창곤 <열려있는 상처>, 2025, 나무에 유채, 가변설치.
사진: CJY ART STUDIO. Copyright ⓒ Artists and Primary Practice.
정성윤 
《기괴하고도, 고결한》 설치 전경.
사진: CJY ART STUDIO. 제공: Primary Practice. ⓒ 2025. Artists and Primary Practice.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동시대의 큐레이토리얼 실천안에서 오늘날의 예술을 확장된 문맥으로 담아내고자 설립된 서울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스페이스이다. 실천(Practice)은 작업의 외형보다는 그것의 출처이자 기원인 작가의 태도에 주목함을 의미하며, 동시대적 조건 안에서 취득하는 의미와 형식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 공간의 주된(Primary) 가치라 할 수 있다. 한편, 공간의 이름 프라이머리 프랙티스(Primary Practice)의 약어인 PP는 아이들의 배설물 pipi와 음을 같이한다. 이는 오늘의 제도가 담아낼 수 없거나, 혹은 간과한 지점을 드러내기 위한 실천, 배설로서의 예술적 실천과 사유가 가능한 공간임을 말한다. 프라이머리 프랙티스는 동시대 미술의 실천 주체인 작가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을 위해 창작자 사이의 대화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그 주체들로 구성된 예술 생태를 작동하는 제도라는 현실에 질문을 제기하며, 경향과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의 것들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한다. 《기괴하고도, 고결한》(2025)를 비롯해, 안경수 개인전 《부력표본》(2025), 안초롱 개인전 《Flesh》(2025), 백현주 개인전 《대리 전》(2024), 손현선과 한성우 2인전 《뒷모습》(2024) 등의 기획전, 개인전, 2인전 등을 개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