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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무용수가

참여한 서바이벌

저자
글_에이스퀘어 (편집부)
발행일
2026-09-21

이토록 따뜻한 서바이벌 무대 보셨나요? ‘아르코 댄스 UP:RISE’를 소개합니다.

'아르코 댄스 UP:RISE'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무용 창작자들의 예술적 성장과 창작 영역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2년 단위 로드맵 제작공연 사업입니다. 지난해부터 ‘아르코 댄스 UP:RISE’로 명칭을 바꿔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품 제작 자체보다 ‘안무가의 성장과 터닝포인트’에 집중한다는 사업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신진부터 중견까지 경력과 장르가 서로 다른 창작자가 참여하고, 정기 워크숍과 중간공유회 등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긴 과정도 함께 지원합니다. 그 과정 후에 1차 결과 발표인 스테이지 1이 11월에, 이듬해 상반기에 스테이지 2 무대가 열리게 되죠. ‘아르코 댄스 UP:RISE’는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을 무대에 올리는 것만큼이나 한 명의 안무가가 무엇을 고민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시행착오를 지나 자신의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는지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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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이어질 네 무용수의 스테이지 1 무대 ‘2026 아르코 댄스 UP:RISE’ 공연 포스터.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

올해 참여 안무가들은 6월 첫 만남을 시작으로 워크숍과 크리틱, 중간공유회 등을 거치며 몇 달 동안 작품을 함께 발전시켜 왔어요. 정기적으로 서로의 작업을 들여다보고, 아직 정답이 없는 고민을 꺼내놓고, 다른 안무가에게 건네진 질문에서도 자신의 작업을 다시 바라봅니다. 한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시간을 촘촘하게 함께하는 셈이죠.


이 과정은 짧게는 한 해, 길게는 다음 해까지 이어집니다. 먼저 스테이지 1에서 안무가들이 약 30분 분량의 창작 초연을 선보이고, 이 가운데 일부 작품은 이듬해 스테이지 2를 통해 약 1시간 분량의 완성작으로 발전해요. 한 번의 발표로 작업을 끝내는 대신, 처음 품었던 질문을 더 오래 밀고 나가볼 시간을 건네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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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르코 댄스 UP:RISE’사업에서 안무가 이해니가 선보인 작품 《Pan&Opticon》 공연 포스터.


그 흐름을 잘 보여주는 안무가가 이해니인데요. 2024년 스테이지 1에서 《Pan&Opticon》을 선보인 뒤 스테이지 2에 선정됐고, 이듬해 《Pan_Opticon:[Unseen_Code]》로 작품을 확장했어요. 이후 2025 크리틱스초이스 우수안무자상을 수상하고, 《Pan_Opticon:[Unseen_Code]》는 2026년 창무예술원 제32회 무용예술상 ‘주목할만한 시선상’에 선정됐습니다. 올해 크리틱스초이스에서는 신작 《EGG.jpg》도 발표했고요. 지난 9월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열린 〈예술극_장(場) 시네마〉에서는 2025년 ‘아르코 댄스 UP:RISE’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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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르코 댄스 UP:RISE’에 참가하는 네 명의 무용수. 왼쪽부터 기무간, 손정현, 이세승, 함초롬.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올해 역시 한국무용부터 컨템퍼러리 댄스까지 기반도 다르고, 무용수·안무가·공연연출가·교육가 등 활동해온 방식도 제각각인 이들이 모여 한창 작품을 다듬어가고 있는데요. 신진과 중견이 하나의 기준으로 묶이지 않고, 저마다 다른 매력과 스타일을 지닌 이들이 서바이벌 형태이지만 서로 상부상조하며 신작 네 편을 만들 예정입니다. 


11월 무대 이후 네 작품 가운데 두 편은 내년 스테이지 2로 이어지죠. 아래 각 참여 무용수의 짧은 질문답을 통해 11월에 어떤 무대가 펼쳐질 지 미리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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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기무간의 공연으로 시작해 손정현, 이세승, 함초롬의 공연이 11월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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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기무간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11월 5일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기무간은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를 선보입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고립된 사람들이 타인을 만나 체온과 무게를 나누고, 그 관계를 통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에요. 2024년 서울무용제 Seoul Dance Lab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올해 서울시무용단 《무감서기》에 조안무와 무용수로 참여하는 등 무대 위와 밖을 오가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Q1. 이번에 작품을 만들며 가장 오래 한 질문은?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건 결국 사람인가’라는 질문인 것 같아요.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연대예요. 저마다의 이유로 고립돼 있던 사람들이 타인을 만나고, 서로의 무게와 체온을 나누면서 경직에서 조금씩 풀려나는 과정을 담고 싶었어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2. 아르코 댄스 UP:RISE를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것은?
작품 하나만 달라지는 것 보다는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안무가들이 작품을 계획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도 많이 보게 됐고, 저한테 직접 온 질문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던져진 질문을 듣다가 제 작업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안무가나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느꼈어요. 여기서 제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됐으니, 앞으로 다른 작업을 할 때도 그런 생각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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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손정현 《발끝의 균형》
11월 8일에는 손정현의 《발끝의 균형》이 이어져요. 한국춤을 기반으로 컨템퍼러리 작업을 펼쳐온 안무가로, 제27회 크리틱스초이스에서 선보인 《음어아 Um Uh Ah》를 비롯해 《VIVA LA VIDA》, 《리틀 포레스트》, 《자취 적》 등 꾸준히 자신의 안무작을 발표해왔습니다. 전통적인 몸의 감각을 오늘의 무대 위에서 어떤 언어로 다시 움직이게 할지 살펴보는 것도 이번 작품을 기다리는 하나의 방법이겠죠.

 

Q1. 이번에 작품을 만들며 가장 오래 한 질문은? 

나를 흔드는 불안이 타인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가.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된 질문이에요. 외부의 평가보다 더 무서운 건 그것이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자기검열이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데 스스로 먼저 흔들리게 되는 것. 그 불안이 타인의 것인지 내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 균형을 찾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 질문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고민입니다. 

 

Q2. 아르코 댄스 UP:RISE를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 가장 낯선 것은 언어였어요. 음악감독님과 소통하는 방식도, 연주자와 무용수가 함께 있는 연습 방식도 기존의 무용 작업과는 달랐거든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이번 과정이 끝날 때쯤 그 다름을 조금 더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해요.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걸 존중하면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 그게 이번 작업을 통해 얻고 싶은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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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세승 《군기의 역사》
11월 12일 《군기의 역사》를 선보이는 이세승은 독립안무가이자 공연연출가, 무용교육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WANT》, 팡타의 춤 《뻥-굿 2023》, 성냥해설극 공연 《성냥춤》, ‘복날 추모제’ 《백의 춤》 등 제목만 보아도 서로 다른 형식과 소재를 거쳐온 작업의 폭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용이라는 한 장르 안에 머물기보다 공연과 이야기의 방식을 폭넓게 다뤄온 만큼, 이번에는 ‘군기’라는 단어를 어떤 몸의 언어로 풀어낼지 궁금해집니다.

 

Q1. 이번에 작품을 만들며 가장 오래 한 질문은? 

‘개인적인 몸짓이 어떻게 사회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어 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무용계로 말해지는 구조가 무용수 몸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어요. 반대로 몸들이 그저 구조에 당하기만 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공연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저항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Q2. 아르코 댄스 UP:RISE를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것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적으로 작품에 관한 질문뿐만 아니라, 안무와 춤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답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안무는 무엇일까? 춤은? ‘스테이지 1’ 자체도 짧지 않은 기간이기에 이런 고민을 창작 과정에 녹일 수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요즘은 안무를 ‘몸들의 배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 답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가능성을 찾아 일어설 수 있는 유연성이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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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함초롬 《K I W A》
마지막 무대는 11월 15일 함초롬의 《K I W A》입니다.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도약지원작 《춘자》를 비롯해 서울무용제 댄스랩 《MIND THE GAP》, 이탈리아 LA MAMA SPOLETO OPEN에서 선보인 《PORTRAIT》, 한국현대무용협회 생생춤페스티벌의 《트로이》 등을 통해 작업을 이어왔어요. 국내외 여러 무대를 오가며 쌓아온 움직임과 생각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모일지 기다려볼 만합니다.

 

Q1. 이번에 작품을 만들며 가장 오래 한 질문은? 

처음에는 ‘기와가 어떻게 하나의 지붕을 이루는가’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리허설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쌓이는가’라는 질문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특히 진흙을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작업하다 보니, 결과로의 지붕보다 그것을 만들고 유지해 온 사람들의 반복적인 움직임과 노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흙을 누르고, 밀고, 옮기고, 다시 정리하는 아주 작은 행동들이 쌓여 공간의 형태를 바꾸고, 결국 하나의 삶의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이 쌓여 있는지를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인가’를 더 오래 고민했습니다. 완성된 형태보다 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에 남는 흔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번 작업을 하며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Q2. 아르코 댄스 UP:RISE를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것은? 

이번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계속 채워 넣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서 필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안무가가 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비워낸다’는 것이 단순히 움직임이나 장면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워낸 자리에도 이전의 움직임과 시간, 몸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위에 또 다른 움직임과 시간이 겹쳐집니다. 결국 작품은 무언가를 계속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몸의 흔적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급하게 집중하기보다, 이미 쌓여 있는 것과 그 사이에 남아 있는 흔적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번 업라이즈를 지나며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이 이미 쌓여 있고, 무엇이 남아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안무가로 조금 더 달라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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