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 이사이자 빛된소리 글로벌 예술협회 이사장에게 들어본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 주소.
새해를 맞아 에이스퀘어에서는 예술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는 지난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왔는데요.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창작과 발표를 위한 공간이 생겼으며, 장애 예술인이 동시대 예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죠. 이처럼
예술을 창작하는 집단과 향유하는 관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요. 장애인 문화예술이 어떻게 가능해졌고,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 배은주 위원을 만나 들어봤습니다.

Q. 독자들을 위해 지금 맡고 계신 역할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2025년에는 다원예술(융·복합 포함) 창작 주체 분야의 전담 심의·평가에도 참여했습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빛된소리 글로벌 예술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은주입니다.
Q.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애 문화예술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현재 국내에서 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된 장애 예술인은 약 3천 명 정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3년마다 장애 예술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장애 예술인의 구성과 변화 양상을 비교적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요. 최근 조사 기준으로 보면,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 예술인의 비중이 가장 크고, 지적·발달장애, 시각장애 순으로 나타납니다. 장르로는 미술 분야가 약 30%로 가장 많고, 클래식이 약 23%, 문학이 11%, 대중음악은 10% 미만, 국악은 약 5% 수준으로 나오고요. 흥미로운 점은 장애 예술에서 미술과 클래식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입니다. 반면 대중문화예술은 아직 성장 여지가 큰 영역이라고 볼 수 있어요. 활동 방식도 개인 창작뿐 아니라 단체 기반, 축제와 프로젝트 중심 협업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고요.
Q. 최근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난 몇 년을 돌아봤을 때 위원장님이 체감하는 한국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싶은 장면이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점이겠죠. 2008년 문화예술진흥법에 장애인문화예술 지원 근거가 마련되면서 한 차례 물꼬가 트였고, 2021년 「장애인 문화예술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에는 예산과 정책이 본격적으로 확대됐습니다. 현재는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공연·시각예술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죠. 과거에는 흩어져 존재했다면, 지금은 거점 공간과 제도를 중심으로 판이 짜인 상태라고 느낍니다. 장애인 예술이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 가장 분명한 변화입니다.
Q. 장애인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도 있을까요? 다름이 아닌 동시대 예술로 함께하고 있다는 부분이 체감 되시는지? 그렇다면 그 전환을 만들어낸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분명 변화는 있지만, 아직 과정 중에 있다고 봐요. 장애인 문화예술은 여전히 환경적 제약과 인식의 제약을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접근성 문제는 물리적 환경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장애인 문화예술을 ‘봐주는 예술’로 인식하는 시선이죠. ‘장애인의 예술이니까 이정도 호응과 응원을 할 거야.’가 아니라 동일한 선상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게 억지로 바꾸려고 교육한다고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관객의 인식은 빠르게 바뀝니다. 예술이 가진 힘은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인식 전환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결국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제도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Q. 장애인 문화예술을 둘러싼 생태계를 창작–제작–유통–비평–교육–관객으로 나눈다면, 어느 지점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어느 지점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시나요?
창작과 제작, 그리고 관객 영역은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어요. 특히 관객으로서의 접근성은 제도적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휠체어 좌석이나 자막 해설 등 장애인이 공연을 관람하는 환경은 상당 부분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취약한 지점은 유통과 비평,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접근성입니다. 장애 예술인이 무대에 오르는 당사자로서 필요한 백스테이지, 대기실, 동선 접근에 있어서는 여전히 준비가 미비한 경우가 많아요. 공연장은 장애인을 관객으로는 인식하지만, 예술가로는 아직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저도 공연을 갔을 때 무대에 오르는 경사로가 없어 여러 명이 들어올려 주시거나 혹은 대기실이 계단이라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그런 상황들을 마주합니다. 이런 지점은 앞으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죠.
Q. 장애인 문화예술이 지속가능하려면, 예술계 바깥(복지나 고용, 보건 등 생활 인프라 같은)과의 연결도 중요해 보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어떤 시도가 이뤄지고 있나요?
물론 장애인 문화예술은 복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어요. 다만 최근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점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인데요.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문화예술인의 연간 평균 소득은 약 904만 원으로 나타났어요.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예술을 통해 소득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죠. 또 문화체험형 장애인식개선 교육처럼 장애인 문화예술인이 예술 콘텐츠로 기업과 공공기관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이렇게 예술, 고용, 사회 인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해외 무대에서 장애인 문화예술은 종종 ‘한국적’이기보다 ‘동시대적 예술’로 먼저 읽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관객의 반응이나 해석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해외에서는 장애인 문화예술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 그냥 ‘예술’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강했어요. 더 많은 박수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동정이나 격려의 박수도 아니고 딱 작품이 준 감동만큼만 반응하는 것 같아요. 특히 공연을 위해 프랑스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에서 함께 간 취재 기자가 현지 관객에게 장애인 예술이 어땠는지 소감을 묻자 그냥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냥 예술가의 예술”로 봤다고 대답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하드웨어 적인 접근성은 유럽이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있지만, 인식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은 확실히 더 열려 있다고 느꼈습니다.

2025년 이음가요제 현장 사진
Q. 디지털 플랫폼, AI, 원격 협업, 접근성 기술 등 기술의 변화는 장애인 문화예술의 기회를 넓히고 있나요, 아니면 새로운 격차가 생성된다고 보시나요?
확실히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보이스 AI, 음성 도슨트, 웨어러블 로봇처럼 장애인의 감각과 이동을 확장하는 기술은 분명 큰 기회죠. 쇼츠, 릴스, 유튜브 등 누구나 쉽게 홍보할 수 있는 툴이 생긴 건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고요. 반면 키오스크나 복잡한 디지털 환경은 또 다른 차별이 되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누구를 배제하지 않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입니다. 이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층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고요. 디지털을 활용한 굉장히 고무적인 사례가 있는데, 이음가요제라고 10년째 지속한 장애인 가요제가 있어요. 2024년 이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심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안면 장애인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데요. 그분이 수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 릴스로, 유튜브로 올렸는데 68만뷰가 나왔어요. 누적 조회수는 300만이 나왔고요. 엄청난 성과잖아요. 장애의 소리를 알리는 동시에 수어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융복합적 성과였어요. 이렇게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함께 찾아 가는 게 저희 역할이고요.
Q. 앞으로 3~5년을 보았을 때, 한국의 장애인문화예술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포용적 예술로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원 체계에서는 여전히 보호가 필요하지만, 창작과 활동의 영역에서는 굳이 구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장애인 문화예술이 그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 예술과 함께 경쟁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될 때 예술은 더 단단해지고, 생태계도 건강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Q. 비장애 관객과 일반 예술계 종사자들에게 “함께 만들고 바꿔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가요?
예술을 바라보는 기준을 조금 더 느슨하게, 넓게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예술은 이미 기존의 틀을 계속해서 허물고 있거든요. 휠체어 댄스도, 청각장애인의 노래도 그 흐름 안에 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기보다, 같은 예술 안에서 함께 넘나들며 감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관점과 감상법에서도 베리어프리한 사회, 그 방향으로 함께 가고 싶습니다.

2025년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 A+ Festival 현장 사진(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제공).
Q. 마지막으로 장애인 문화예술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올해 행사가 있나요?
매년 9월에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인 에이플러스 페스티벌이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려요. 전국에 활동하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전시, 공연, 클래식, 뮤지컬, 영화 등 모든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3일간 페스티벌 형식으로 열리니 많이 오셔서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6월에 이음가요제가 열려요. 올해로 11년째죠.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세월동안 가수를 발굴했는데 비장애인도 장애인과 팀을 이루면 참가할 수 있답니다. 웹진 구독자 분들 중 나도 장애인과 밴드를 이뤄서, 중창을 이뤄서 팀으로 참가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면 거기서부터 포용 예술이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