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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

예술의 현장에서

가을을 걷다

저자
글_에이스퀘어 (편집부)
발행일
2025-10-30

가을이면 도심의 휘황한 마천루를 벗어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죠. 지금 로컬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자연 지형을 활용하고 오래된 삶의 방식을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들이 모여 새로운 기운을 전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의 에너지로 충만한, 이 가을에 방문하기 좋은 지역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예술은 자연을 닮아갑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자리마다 무대가 되고, 강과 바다는 영감의 장면이 되죠. 전남 곡성과 통영, 공주 등의 지역에서는 문화와 예술이 머물며 시간을 비추는 특별한 무대들이 펼쳐졌습니다.


해외 풍경 같은 섬진강에서 카누 플로깅~🍂 2025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SIEAF)🎶 “섬진강별곡”이 10월 23일~27일 곡성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섬진강과 대황강 (1)

ⓒ2025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 강물보다 먼저 바람의 울림이 들립니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이어 흐르는 이곳 섬진강 유역에서는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제23회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 2025)>가 열렸어요. 올해의 주제는 ‘섬진강별곡’으로, 섬진강유역에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와 두꺼비 설화를 모티프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던 옛 이야기를 현대의 예술 언어로 풀어냈죠. 전남 곡성 압록유원지와 관음사, 도깨비마을 일대에서 이 신화적 서사를 바탕으로 대지예술과 퍼포먼스, 사운드아트, 강가에서 ‘정화와 재생’을 주제로 한 화이트 플래시몹 등이 진행됐어요.

섬진강

2025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이번 축제는 한일수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로 지정되어, ‘지역에서 세계로’라는 ‘글로컬(global+local)’ 예술축제의 비전을 담아냈는데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9개국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예술로 대화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화해의 상징을 만들어냈습니다. 섬진강의 물결처럼 다른 문화의 흐름이 만나 하나의 예술적 강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예술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순수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지 보여줬죠. 지난 23년여 간 명칭을 달리하며 명맥을 이어온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가 지역에서 세계로 확장되는 글로컬 예술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자리. 섬진강 일대의 느긋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 예술적 상상력은 자연과 예술,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과 더불어 농촌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통영아트위크

ⓒ로컬스티치통영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바다와 골목이 맞닿은 도시, 통영이 있는데요. 10월의 통영에서는 400년의 역사를 이어온 통영공예를 새롭게 선보이는 ‘통영아트위크’가 열렸습니다.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통영 강구안 일대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지역의 문화 예술적 기운을 이끌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로컬스티치통영에서 <여전히 손, 그리고 통영 Still Hands, Yet Tongyeong> 전시가 열리는 등 도시 곳곳에서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었어요. 로컬스티치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 정춘모 선생의 갓 작품, 국가무형유산 두석장 보유자 김극천 선생의 유려한 장식, 조성연누비의 전통 누빔 공예 이불 등 장인 8인의 작품이 현대 작가의 작업과 함께 전시됐는데요. 손의 기억과 재료의 질감, 과정과 결과가 한 장면에 엮이며 전시는 장인의 시간을 현재형으로 데려왔습니다. 강구안을 배경으로 오브제와 음악, 퍼포먼스가 교차하는 감각적인 장이었죠.

 

 

통영에서는 전통예술을 오감으로 즐기는 여행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 중인데요. 동피랑과 정량권역, 중앙과 서피랑권역, 봉평과 도남권역 등 권역별로 나누어 남해안 별신굿과 소원 풀이, 통영 삼현육각과 진춤, 전통 악기를 직접 불고 배우는 시간 등 온몸으로 지역의 멋과 전통 문화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통영 문화기획자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죠.



바다미술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부산에서는 일몰 명소 다대포에서 9월 말부터 바다미술제가 한창입니다. 11월 2일까지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한 다대포 해수욕장 일대에서 '언더커런츠: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을 주제로 17개국 작가 38명이 출품한 작품 46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죠. 해변 둔덕에 고대 가야국이 있던 부산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김상돈 작가의 '알 그리고 등대'를 비롯해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설치미술과 영상, 워크숍 프로그램 등을 마주할 수 있어 다대포를 찾는 이들에게 신선한 환기를 선사합니다.


경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0월부터는 경주가 들썩이는데요.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맞아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도시를 밝힙니다. 경주를 상징하는 대릉원에서는 국가유산을 배경으로 ‘대릉원 몽화 천년의 문이 열리다‘라는 주제로 미디어아트가 펼쳐집니다. 11월 16일까지 매일 저녁 9시부터 밤 10시까지 황남대총, 90호 고분, 미추왕릉 등 대릉원 일원에서 신라의 천년 역사를 총천연색 미디어아트로 만나볼 수 있죠. 거대한 능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풍경. 경주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는 11월 30일까지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서 우리 공예문화 유산을 선보이며,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백남준 회고전 <Humanity in the Circuits>에서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 미국산 자동차와 한국 전통 가마를 결합한 대형 설치작 ‘전자초고속도로 – 1929 포드’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곡성, 통영, 부산, 경주 등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 한바탕. 축제가 끝나도 각 지역의 특색과 어우러지는 삶의 방식과 예술적 영감은 오늘날 자연과 인간을 다시 잇는 교두보가 됩니다. 색색단풍으로 국토가 물드는 계절, 예술의 숨결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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