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누적 관람객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형 전시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술작품을 제대로 알고 깊이 있게 감상하려는 관람객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일상 속에서 손쉽게 미술작품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나아가 작품의 창·제작 과정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작가-작품-관람객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백그라운드아트웍스’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편집부 주)
국어사전에서 ‘감상’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을 만나게 된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이라는 뜻의 ‘감상(感想)’이 있고, “주로 예술작품을 이해하여 즐기고 평가함”이라는 뜻의 ‘감상(鑑賞)”도 있다.1) 마음이란 누구에게나 있고 예술작품 앞에서는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며, 마음이 움직인다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술작품 앞에서 감상 대신 막막함을 느끼는 걸까?
아마 그 이유는 우리가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단지 눈앞에 놓인 작품을 대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일지 모른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작품을 통해 창작자를 상상하고 그가 어떤 시도를 한 것인지 유추하기보다는 완성되어 눈앞에 전시된 그 대상의 표면으로부터 감동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 서투른 감상 방식은 미술이 한국 관객의 일상 속에서 향유되는 빈도를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대형 미술관의 전시에서 작품을 대면해 본 것이 경험의 전부라면 작품이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스펙터클하고 비일상적인 것 또는 전문적인 해설을 습득한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낯선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기억도 있다.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가 그린 그림이 비록 잘 그리진 못했어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아무런 설명 없이도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경험.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고,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였으며 나에게 어떻게 전달하려고 했는지 그 모든 세부가 흥미로운 감상의 지점이 되는 경험. 아마 그것은, 막막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우리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데에서 얻어지는 ‘즐거운 감상’일 것이다.
백그라운드아트웍스(이하 BGA)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동시대적으로 더 유효한 형식으로 미술을 매개하는 것을 탐색하고 작동하게 하는 팀이다. BGA는 이 ‘즐거운 감상’을 우리가 동시대 미술작품을 마주할 때에도 얻을 수 있도록 매개하고자 데일리 미술 구독 서비스 ‘BGA’를 시작하게 되었다.
데일리 미술 구독 서비스 BGA ⓒBGA
데일리 미술 구독 서비스 BGA는 매일 밤 11시에 한 점의 미술 작품을 문화 예술계 필자의 감상을 담은 에세이,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 작가의 육성이 담긴 오디오와 함께 소개한다.
BGA가 매일 밤 한 작품을 앱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이용자의 일상에 좀더 자주 그리고 가깝게 다가가 작은 지적·심미적 풍요를 건네 줌으로써 미술 향유가 개인적이고 습관적인 순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BGA가 ‘즐거운 감상’을 위한 방법으로 에세이를 미술작품과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마치 우리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날 때, 이력서보다는 그 사람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소개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과 같다. 이 에세이에서는 나보다 섬세한 문화적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작품을 먼저 감상하고, 자신은 무엇이 좋았고 어디에서 창작자의 어떤 노력을 발견했는지 등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독자는 이 짧은 감상문으로 인해 혼자 작품을 대면하고 있다는 외로운 감각 대신, 공감하거나 반문하고 싶은 자신만의 감상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BGA가 작품과 함께 작가노트와 오디오를 함께 제공하는 이유는, 받아본 작품이 지닌 가장 투명하고 중립적인 감상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독자는 어려운 비평보다도, 창작자의 친필로 쓰인 글을 읽고 육성을 들어 봄으로써 작품과 내적 친밀감을 쌓고 그 창작자를 한 겹 가까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경험이 가장 극대화된 것이 창작자의 라이브 페인팅을 직접 목격하고, 완성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BGA의 오프라인 프로그램인 ‘라이브스테이지’이다.
BGA 라이브스테이지 현장 사진 ⓒBGA
BGA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작품 이후의 감상만이 아닌, 창작의 순간을 함께하는 관객이 작품을 가장 깊이 향유하고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지속적으로 응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모태로 2025년 2월, 누구나 동시대 미술 작가에게 원화로 작품을 의뢰할 수 있는 작품 의뢰 서비스 ‘유로운(YOUROWN)’을 시작하게 되었다.
BGA는 앞으로도 데일리 미술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리며 동시에 관객이 좋아하는 창작자에게 직접 작품을 의뢰할 수 있도록 매개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또 새롭게 미술 감상의 저변을 넓히고자 한다.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필자 혹은 인터뷰이 개인의 견해를 담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