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이 커뮤니티가 되고, 커뮤니티가 생태계가 되기까지
성남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부 박은진 과장을 만나다
연결이 커뮤니티가 되고, 커뮤니티가 생태계가 되기까지
에이프캠프와 협력하는 기관들의 융합예술프로그램을 차례로 소개한다. 이번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재양성팀과 함께하는 에이프캠프의 협력기관, 성남문화재단을 찾았다. 판교테크노밸리를 품은 첨단도시 성남에서 성남문화재단은 2025년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커뮤니티를 가꿔왔다. 올해는 성남아트센터 큐브플라자 1층에 35평짜리 거점공간 〈아트×테크창작랩〉이 문을 열었고, <뉴아트클럽>과 〈기술융합실험실〉이 이어 지고 있다.
이 사업들을 처음부터 담당해 온 박은진 과장은 작가들 사이에서 '엄마'로 불린다. 재단 안팎에서 기회를 찾아 작가들에게 연결해주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모아 다시 재단에 전하는 일이 그가 자발적으로 실천해 온 몫이기 때문이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그에게 커뮤니티가 태어난 과정과 지켜온 원칙, 앞으로의 고민을 들었다.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 1기 참여 작가와 운영진.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Q1. 먼저 에이프보이스 독자분들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예술창작지원부는 어떤일을 하는 곳이 고, 과장님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박은진 | 예술창작지원부는 지역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창작하고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가는 부서예요. 대부분 공모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그 외에 교육사업이나 기술 융합사업 같은 간접지원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부서에서 예술기술융합파트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2년차인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를 기획·운영하고 있고, 새로 만든 35평짜리 작은 거점공간 〈아트×테크창작랩〉을 조 성해서 그 안의 프로젝트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하는 〈모든예술31〉을 예술기술융합 창작지원 분야로 운영하고 있고요. 담당자 한 명이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일하며, 기획자나 멘토진과 방향을 조율하고, 예술인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과 연계되는 지점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2. 연계되는 지점을 만든다는 말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박은진 |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는 12주차 프로그램이 끝나면 종료되잖아요. 그러면 우리도 공모사업처럼 그냥 휘발되고 마는건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재단 내부와 외부기관에 연결하는 형태를 고려했죠.
작가들 간 협업도 많이 일어났지만, 재단 안에서는 성남미디어센터와 협력해서 교육을 만들어 운영 중이고, 축제에서는 작년에 미디어아트 〈Immersive Nature〉를 진행했어요. 〈모든예술31〉에 선정되어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아트코리아랩 〈슈퍼테스트베드〉 같은 다음 단계에 계속 참여하실 수 있도록 안내도 드렸고요. 그런 연결이 이들을 성장하게 하고, 우리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봐요.
1기가 끝나고 '안녕' 하고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1기 작가님들과 내년에 어떻게 함께할지를 고민하다가 키네틱 분야의 전문가인 송효근 작가에게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2기를 세팅할때는 아예 기획팀 형태로 사전에 협의하면서 진행했죠.
올해는 창작랩이 생기면서 그 안에서 함께 할 구조가 필요했는데, 학습단계인 뉴아트클럽을 1·2기 작가들과 멘토들이 클럽장이 되어 열었어요. 열 개 프로그램이 진행돼서 지금 거의 종료된 상태예요. 밋업데이와 네트워킹데이를 통해 1·2기가 만나는 자리와 〈기술융합실험실〉을 통해서도 계속 연계하고 있고요.
또 전시기획부에서 회화 중심의 전시에 AI나 예술기술이 결합 된 콘텐츠를 넣어 보고싶다고 해서 상반기에 한 건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장애예술전에서 콘텐츠 개발을 진행해요. 지역기관인 야탑유스센터에 작은 돔 형태의 극장이 있어서 매년 전시를 할 수 있게 하고있고, 그것도 10월에 준비중이에요. 작가님들께 늘 말씀드리는게, 내가 알아야 뭔가를 나눠 줄 수 있고 연결해 줄 수 있다는거예요. 그러다보면 좋은 기회들이 생겨요.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 수료 이후 〈모든예술31〉, 성남페스티벌, 재단 내 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연계 구조를 공유하는 모임 현장.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Q3. 타 기관과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나요?
박은진 | 심사 할 때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팀장님이 심사위원으로 오셨는데, 올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이런 얘기를 계속 나눴어요. 그쪽에서도 하반기에 아트랩클럽이 있는데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에 창작자가 협력하면 지역협력으로도 좋겠다고 하셔서, 그 얘기가 끊어지지 않게 소통했고 작년에 춘천, 포항, 성남이 함께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이번에는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 작가님들이 슈퍼테스트베드에 선정되기도 하고, 올해는 더 많은 곳에서 선정 소식을 전해주고 계세요. "성남에서왔는데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더 의미있는 상황이 되는거죠. 궁금하면 연락해서 확인하고, 같이하자고 손내밀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그 역할을 해야할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재단에 뭘 해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고, 재단이 소통하려고 할 때도 어려움이 있거든요.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 끊어져서 빠르게 없어져요. 다 수용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창구를 열어 두고 있어요. 가장 큰 목표는 생태계예요. 그게 돼야 작가님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제가 없어도 할수 있는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2025년 5월 21일 성남꿈꾸는예술터에서 열린 1기 오픈스튜디오 안내 | 1기 오픈스튜디오에 소개된 생성형 AI로 성남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낸 작업 〈Re:develop(전효성·정치구·추호승).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
Q4. 재단이 개별 작품지원이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2024년 연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박은진 | 사실 처음부터 연구로 시작한건 아니에요. “예술인 지원은 하는데 예술기술은 왜안해?” “판교가 있는 첨단도시인데 왜 예술기술 쪽은 연결이 없어?”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이걸 어떻게 풀지 고민하다가 〈모든예술31〉에 모니터링 연구 사업이 있어서, 다음 연도를 준비하려면 예술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고민해봐야겠다고 한거죠.
그래서 2024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수환 교수님께 요청을 드렸는데, 이걸 같이 할 사람을 먼저 찾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셨어요. 커뮤니티 사업에 관심이 많으셨던 남기륭 디렉터님, 그리고 김도원 기획자가 합류했어요.
그 상태에서 저와 부장님이 〈모든예술31〉에 떨어졌던 작가들 가운데 성남에 거주하거나 활동 근거를 둔 분들을 모시고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어요. 사전에 이렇게 예술인들을 찾지 않았으면 “저희쪽엔 그런 사람이 없어요” 하고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관심있는 작가들이 많았고, 시작하면 같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업을 시작했죠. 모두는 아니지만 그분들이 1기에 있는거예요.
원래는 커뮤니티 사업 뒤에 창작지원 사업이 이어져야 했는데, 예산이 삭감되면서 커뮤니티만 남았어요. 첫 해에는 당혹스러웠죠. 그래서 〈모든예술31〉의 창작지원에 붙여서 커뮤니티 수료자 에게 가점을 주고 신청하게 했어요. 성남 작가들, 성남 작가들과 협업했던 작가들을 뽑았기 때문에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었고, 연결지점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어요. 근데 물론 다 지원한 것도, 다 선정된 것도 아니에요.
올해도 예산은 동결이었지만 다행히 〈아트×테크창작랩〉이 살아 남았고, 〈모든예술31〉과 연결하는 꼭지들을 만들었어요. 초반에 창작랩을 설계할때는 프로그램들이 따로따로 떠 있는 형태였어 요. 그런데 뉴아트클럽을 하면서 작가들과 고민해보니, 누군가 이 공간을 계속써야 여기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기술융합실험실〉을 공모 형태로 다시 설계하고 사업을 중간에 변경했어요. 그렇게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사업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아요. 연결 지점을 계속 고민하고 사람들과 소통해야 사업이 만들어지는 거죠.
Q5.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는 일방향 강의가 아닌 동료 멘토링으로 배움을 나누는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설계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 온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박은진 | 초반부터 얘기한 건 가르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남기륭 디렉터도, 유태양·전석희·홍서연 멘토도 모두 현업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니까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으로 가자고요. 가르치는 방식이면 사람들은 배우고 그냥 끝내버리잖아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 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해서, 교육이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않았어요. 커뮤니티로 활동하고, 정기모임과 비정기모임을 꾸린다고 계속 이야기했죠. 외부에서는 "그거나 그거나 똑같은거 아니야?"라고 하지만, 저희쪽에서는 같지 않거든요.
기술 편차는 정말 심해요. 완전히 기초가 없는 사람도 있고 너무 잘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같이 배우는 형태로, 동료끼리 멘토링하면서 겹겹이 쌓이도록, 자기 속도대로 움직이도록 설계했어요. 사실 비정기모임은 초반에 될까 고민을 많이했어요. 이들이 안한다고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각자가 가진게 뭔지 알게되니까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키네틱에 필요한 아두이노 기초 과정을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하고, 라이브비주얼 퍼포먼스는 어떻게하는건지 한 두시간이라 도 내서 해달라고 하고, 메타버스 공간에 상주하는 작가가 있으니 그 공간을 보게 해달라고 하고 요. 교육받고 나가면 내거 하느라 바빠서 서로 알고 뭔가를 할 수 없잖아요. 그런게 커뮤니티에 서 이루어지는거예요.
가능하면 제재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뭔가를 해보자, 결과가 안나와도 된다, 부끄럽지 않은 선에서 실패했으면 실패한데까지만 보여달라고 했어요. 공유하는 테이블을 만들지않으면 나태해질 수 있으니까요. 제재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고. 그런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2기 정기 모임. 아트×테크 창작랩, 2026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
VR 장비를 함께 테스트하는 1기 모임. |
2기 정기모임 중 참여작가의 작업노트(김가빈). 아트×테크 창작랩, 2026 | 1기 오픈스튜디오에 소개 된 미니카로 연주하는 비주얼 오케스트라 <픽셀 드리프터 실험보고서 3호〉(윤호현).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
Q6. 1기를 지켜보며 참여 예술가들에게서 발견한 변화가 있다면요.
박은진 |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방식을 알려주잖아요. 그러면 정말 모르는 작가님이 그걸 가지고 몇 날 며칠 유튜브를 보면서 만들어와서 본인이 한 시도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해요. 대부분은 그렇게 열심히 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상상 한 걸 얘기하면 팁을 주고, 레퍼런스를 공유해주고, 그러면서 창작이 이어져요.
협업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요. 작가들은 협업을 늘 하면서도 협업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작가들 끼리는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도 창작랩도
〈모든예술31〉도 2인 이상의 창작자가 협업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게 했어요. 안 된다고 했는데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어려울거라던 분들이 하고 있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다른 작가님 사업을 같이하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공동 창작자라는 얘기를 해요. 누구 하나의 작업이 아니라 공동 창작이고, 그것이 협업이라고 이해하게끔 하는게 필요해요. 그 마음을 먹으면 대하는 태도가 다 바뀌어요. 2기 때 크게 느낀 건 언어예요. 기술 기반 작가님과 철학자 같은 작가님 두 분이 대화하는데, 둘이 대화가 되는건가 싶은거예요. 예술적으로 이렇게 표현해 달라고 하면 그걸 데이터로 정리해 오고 언어가 너무 다르구나, 이걸 묶어 줄 통역자 같은 역할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저희로 보면 퍼실리테이터나 멘토들이 그 역할을 했어요. 언어를 읽어주는 도움도 우리가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재밌었어요.

1기 정기모임 중 대화를 나누는 참여 작가들.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Q7. 올해 큐브플라자 1층에 〈아트×테크창작랩〉이 생겼습니다. 재단 안에 공간이 많은데도 거점 을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은진 | 공간이 늘 필요하다는 건 저희도 알아요. 그런데 재단에는 성남아트센터, 큐브플라자, 야외공연장, 성남아트리움, 성남꿈꾸는예술터, 위례스토리박스까지 공간이 정말 많아요. "뭐가 없는데 공간이 왜 필요해?"라는 얘기가 나오죠. 그래서 사업을 시작한 후에 이것이 필요하다는 게 작가님들 입에서 나왔으면 했어요.
1기는 성남꿈꾸는예술터에서 진행했어요. 커뮤니티인데 수요일 하루만 쓸 수 있고 뭘 놓고 가면 안되는거예요. 작업하다 들고 가야하고, 남의 집에 얹혀있는 것 같은 상황이었죠. 작은 공간이라 도 거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계속했고, 결과 공유 때 작가들이 라운드테이블에서 했던 이야기를 모아 예산을 올렸어요.
공사비를 많이 쓸 수는 없어서 재단 안에 유휴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던 레스토랑 자리를 깨끗하게만 만들자는 게 목표였어요. 조금 긴 교육실 같은 공간인데, 주방이었던 자리에 노란 벽돌타일이 그대로 있고, 안쪽에 창고였던 작은 공간이 있어요. 빛 작업 테스트하기엔 나쁘지 않아요. 설득이 필요 할 때면 낮시간 활성화 차원이라고 했어요. 여기 낮에 사람이 없잖아요, 작가들은 낮에도 온다니까요? 그렇게 설득해서 만들어졌어요.

〈업스케일링 성남〉 2기 워크숍 현장. 아트×테크 창작랩, 뒤편에 레스토랑 시절의 주방 자리가 남아 있다
Q8. 공간이 생기고 나서 달라진 현장의 풍경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박은진 | 재단 건물 전체가 보안시스템인데 저희 공간만 번호키가 달려있어요. 작가들의 작업 시 간과 저희 근무시간이 다르잖아요. 제가 24시간 상주하는게 아니니까 편하게 드나들려면 이런 방 식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시스템이 없으니 드라이브로 일정표를 공유해요. 교육이 있을 때만 표시해두고, 다른 작가님이 회의를 하고있어도 35평이라 따로 따로 쓸 수 있으니 셰어해서 쓴다는 걸 인지하면 그냥 같이 있는거예요. 그러다 무슨 얘기가 들리면 슬쩍 말을 걸기도 하고요. 아, 이렇게도 인연이 되는구나 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요새 문화에선 자유롭게 소통하기 어렵잖아요. 대부분 카페에서 혼자 앉아있고요. 여기와서 카페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지금은 왕래하는 작가들이 열 명, 스무 명이지만 연차가 쌓이면 서른 명, 백 명이되고, 그들의 친구들이 알게되리라 생각해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거점이있다는 걸 인지하고 잘썼으면 좋겠어요. 외지에서 온 작가가 예술기술하는 작가들과 만나려고 그냥 이 공간에 오면 만날 수 있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돼요. 백명, 천명이 와야한다는건 아니에요.
최근에는 추호승 작가가 여기서 공연과 전시를 했고, 버섯과 균을 채취하고 지역의 흙으로 바이오아트 작업을 한 프로젝트에이의 전시도 있었어요. 어제까지 전시를 하고 오늘 철수했는데, 어떤 형태로든 공간이 계속 쓰였으면 좋겠어요. 여기가 북적거렸으면 좋겠어요.
2기 오픈스튜디오에 창작랩 안 쪽의 타일 공간을 활용한 빛 설치 작업(전석희, 신효흔, 홍세정). | 1기 오픈스튜디오에 설치 된 사운드 작업 <소리의 틈>(김영일). 성남꿈꾸는예술터, 2025 |
Q9. 최근 소식도 궁금합니다. 7월부터 〈기술융합실험실〉이 시작됐고, 하반기에도 일정이많다고 들었습니다.
박은진 | 〈기술융합실험실〉은 공모로 선발 된 일곱팀이 11월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전시기획부에서 기획전시를 하던 반달갤러리를 저희가 사용해서 9월부터 11월까지 계속 전시가 돌아가요.
축제도 있어요. 성남페스티벌이 10월 말에 열리는데, 판교와 탄천 두 거점으로 나눠 판교는 컨퍼런스 위주, 탄천은 게임과 체험, 작가들의 장으로 준비중이에요. 저희는 작가 세션 중 디지털 정원(가제)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쪽을 맡았어요. 옆에는 〈모든예술31〉에 선정된 XR 기반 퍼포먼스가 진행되요. 2기 멘토인 이광현 작가, 김도원 기획자와 전반적인 그림을 짜고 있어요. 사실 축제는 저희 부서일이 아니라서, 담당자에게 "혹시 뭐 좀 같이 할 수 있을까요?" 하고 계속 제안 하고, 될 때까지 한번씩 찔러 보는거죠.
주사위 놀이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풀어낸 〈Roll×Role×Rule〉(박심정훈·전도희·김현동·이충현). |
풍선과 프로젝션을 활용한 설치 작업 〈엮다_관계맺기〉(권다예, 김경아, 김가빈) |
2026년 5월 20일 창작랩 오픈식과 함께 열린 라이브 오디오비주얼 오프닝 공연(신효흔, 홍세정). 2기 오픈스튜디오 현장 사진 |
관객 앞에서 진행된 퍼포먼스형 실험 〈베이킹 아트스토넛〉(여가은, 유승협) |
Q10. 판교의 기업들과 연결하는 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은진 | 사실 아직 못했어요. 저희야 함께 하고 싶죠. 기업이 기술은 있지만 예술적으로 풀 수 있는 형태를 같이 고민했으면 했는데, 쉽게 움직여주지 않아요. 본인의 공간을 열어 주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저희가 뭔가 더 매력적인게 있어야 제안을 받아들일지, 그런게 고민이에요. 다행히 작년에 놀유니버스에서 후원을 해 주셨어요. 〈모든예술31〉에서 이중민, 송효근 작가의 공동 창작에 놀유니버스가 기부금을 지원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 중심 예술과 기업 동반 성장 지원사업에서 매칭 지원금으로까지 받아 작가들에겐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죠. 그 결과인지 두 작가가 신한갤러리 2인전에 초대 돼 올해 6월에 전시했고, 바르셀로나의 페스티벌 (Sónar+D Festival)에서 발표하는 자리도 가졌어요. 이런 후원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작가들이 더 크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올해도 기업 협력 담당자와 여러 기업에 제안서를 보내고 있어요. 창작랩이 현재는 공간만 있고 장비가 없거든요. 필요한 장비리스트를 정리해서, 쓰던 장비도 괜찮으니 지원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Q11. 성남문화재단은 에이프캠프의 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협력에 대한 소감과 기대 하는 시너지가 있다면요.
박은진 | 저희는 규모가 작잖아요. 작가님들이 지금 서른명 정도예요, 에이프캠프는 규모가 크니까 연결됐을 때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봐요. 사실 저희 1·2기 작가님들 중에 에이프캠프 출신이 많아서 이미 연결은 되어있는데, 좀 더 규모 있는 곳에서 활동하시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계속 갈지 저희도 고민하는데, 저 혼자하는 고민이 아니라 작가님들과 같이하는 고민이에요. 하반기에 라운드테이블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연도를 같이 준비해보자고 하면 다들 움직여 주시거든요 그 도움으로 제가 움직 일 수 있는 것 같아요.
Q12. 이제 성남의 모델이 다른지역이나 기관에도 참고가 될만한 단계라고 느껴집니다. 나누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요.
박은진 | 지역이기 때문에 공모 사업에 작가들이 몰리기는 쉽지 않아요. 성남의 지원 사업은 성남에 주거지를 두거나 활동하는 작가만 가능하고, 〈모든예술31〉은 경기 권역이 가능해요. 새로운 판을 만들고 싶지만 권한상 쉽지 않다 보니, 저희는 공모 사업보다 여기서 활동하고 만날 수 있는 순간들이 부각됐으면 해요. 커뮤니티와 창작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네트워크가 생겨서, 이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형태를 지향하거든요.
기록 측면에서는 퍼실리테이터가 아카이빙과 평가는 기획팀 모두가 함께 해요.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지만 과정과 결과까지 기록하는 단위를 계속 가지고 있어요. 그게 남아 있어야 다음에 누군가 왔을 때 이렇게 진행됐구나 하고 볼 수 있으니까요.
Q13. 융합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이어가고 계신지, 그리고 담당 자나 재단에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은진 | 인력은 늘 필요하죠. 저는 재단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이 부서에는 2023년에 와서 3년 차예요. 그 기간에 이런 사업들을 계속 벌여 왔는데,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후배가 들어와도 빨리 넘겨줘야 그 친구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설계할 수 있을 텐데요.
제가 두려운 건 이거예요. 제가 어느 순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면 이게 그냥 없어지고, 누군가의 행정적인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거요. 그래서 저희의 실천이 지속됐을때 사라질 수 없다는게 인정되고, 예술인들의 생태계가 더 단단해졌으면 해요. 재단은 굉장히 행정적이고, 예술가들은 어느 순간 행정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갑과 을이 아니라 협업해 가는 관계여야 잘 돌아가는데, 그러려면 그들이 목소리를 내서 재단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개별화된 의견은 행정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협의체가 있고 구조가 있어서 예술인들이 모은 의견이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돼요.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관계가 얽혀 있어서 한 부서 안에서 풀 수 없는 것이 너무 많거든요. 우스갯소리로 “나 아니었으면 이거 아무것도 못 해”라고 하는데, 20년 있었으니 관계가 있는 거지 신규 스태프가 들어오면 다른 부서에 얘기할 수가 없어요. 제가 없을 때도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작가님들이 종합해서 준 의견입니다”라고 해야 근거가 되는 거죠.
결국 지속가능성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리고 사람이 남아야 다음을 설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관계 맺음이 이어지지 않으면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에요. 어떻게 해야 잘 운영하고, 이들이 머무르게 하고, 확장할 수 있는 판을 연결할지 고민하면서 하반기에 라운드테이블처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려고 해요.
Q14.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융합예술 현장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가길 바라시는지, 근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들려주세요.
박은진 | 근미래는 일단 사람이 잘 있어서 잘 운영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전시와 공연이 준비되 고 있으니, 보고 “저거 괜찮네, 내년에 어떤 작업이랑 연결해 봐야지” 하는 인사이트를 주는 작업이 보이도록 계속 노력해야죠.
먼 미래는 하드웨어적으로 저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모일 수 있는 거점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성남에 꿈꾸는 공간이 있어요. 버려진 공간인데 작가들에게 매력적일 것 같아요. 작년에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다녀오고 나서, 우리도 저런 버려진 공간에서 작업하고 전시하고 교육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상상해 봤어요. 몇 년 뒤에 그런 공간이 만들어져 작가들이 모일 수 있으면 하는 게 큰 꿈이고요.
그리고 계속 말씀드린 생태계요. 예술기술 융합보다도 예술가들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룹들이 계속 생겨서 함께하는 거라는 걸 인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여서 노세요”가 아니라, 하면서 마음 맞는 주체들이 성장해서 협의회 구조로 설 수 있으면 바람직할 것 같아요. 재단도 오래 머물다 보면 머리가 굳는데, 그걸 깨고 나올 수 있는 직원들과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어요. 창작랩을 잘 쓰고, 나중에는 더 큰 공간에서 예술기술 작가님들과 레지던시도 하고 전시도 하는 단계까지 꿈꿔 봐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가는길에 창작랩을 꼭 한번 둘러보라고 권했다. 노란 타일이 남은 주방 자리와 창고였던 작은 방이 있는 그곳은 전날까지 이어진 전시를 정리하고 다음 사용자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면 된다는 말처럼,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실험하는 창작자라면 누구든 문을 열고 들어와 서로를 만날 수 있기를 그는 바라고 있었다.
[인터뷰이]
성남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부 박은진 과장
[인터뷰어]
APECAMP 2023 참여자 · 2026 협력기획자 이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