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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 VOICES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닿아 있는가

APE EXPANSION 아티스트 콘텐츠: APE-FICATION 〈닿지 않는 집〉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닿아 있는가

 

2026 APE EXPANSION 선정팀 APE-FICATION의 〈닿지 않는 집〉을 소개합니다. 독거노인의 고립과 삶의 흔적을 둠, 소리, 진동, 가상공간을 통해 경험하는 몰입형 설치 프로젝트입니다. 관객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기보다, 파편적인 감각과 흔적을 따라가며 타인의 삶에 닿으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유준오, 이규원, 신은송 세 사람이 2025년 에이프캠프에서 만나 팀을 이뤘습니다. 이번 호에는 유준오, 신은송 두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싣습니다.

 

Q1. 팀과 멤버를 소개해 주세요. 서로 어떻게 만나 지금의 팀이 되었는지, 그 여정에서 에이프캠프는 어떤 자리였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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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FICATION] 유준오 · 이규원 · 신은송

 

유준오 | 처음 팀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APE CAMP였습니다. 캠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업을 소개하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았고, 단순히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를 넘어 '어떤 생각과 태도로 작업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된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규원 작가님이 피지컬 컴퓨팅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다른 예술지원사업에서도 계속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쌓였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지금의 〈닿지 않는 집〉과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먼저 함께 작업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규원 작가님이 은송 작가님을 소개해주면서 지금의 세 사람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APE CAMP는 단순히 팀원을 만난 장소라기보다, 서로의 작업 언어를 발견하고 협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하나의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송 | 저희 APE-FICATION은 유준오, 이규원, 신은송 세 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세 사람 모두 2025년 에이프캠프에 참여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에이프캠프에서 서로의 작업과 관심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거노인이 겪는 사회적 고립과 단절의 문제를 예술 작품으로 함께 다뤄보고자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Q2. 이 프로젝트를 아직 모르는 독자에게 세 문장으로 소개한다면요? 그리고 수많은 주제 가운데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결심한 이유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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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전체 미팅, 서울역

 

유준오 | 세 문장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닿지 않는 집〉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관객은 보이지 않는 집 안을 손과 몸, 소리와 진동을 통해 더듬으며 한 사람의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전시장 밖에 있는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이 주제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자는 큰 방향 아래 재개발 지역의 사라지는 공간부터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논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결국 우리가 실제로 경험했거나 가까운 사람을 통해 오래 지켜본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작품에도 진정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조부모님의 현재 삶과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팀원들과 나누게 되었고, 그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독거노인과 고립된 노년의 삶이라는 주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떤 사회적 문제를 외부에서 관찰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한 사람의 삶에서 시작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질문을 확장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은송 | 〈닿지 않는 집〉은 독거노인의 고립과 삶의 흔적을 어둠, 소리, 진동, 가상공간 등을 통해 경험하는 몰입형 설치 프로젝트입니다. 관객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기보다, 파편적인 감각과 흔적을 따라가며 타인의 삶에 닿으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희는 고립을 몸으로 경험하고 관계의 문제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Q3. APE EXPANSION의 키워드는 '확장'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무엇이 어디까지 확장되어 있기를 바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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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더링·프로토타입 가상 공간

 

유준오 | 저에게 '확장'이라는 단어는 이번 프로젝트 전체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처럼 아직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사람을 만나고, 익숙했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세 명의 작가가 한 팀으로 작업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작업 언어와 의견이 분명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고, 충돌하고, 다시 협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작업 세계도 조금씩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기대하는 확장은 작품 밖에서 일어나는 확장입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독거노인의 삶을 단순히 '안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분들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할아버지이고 할머니입니다. 결국 관객과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이전에 독거노인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누구와도 한마디 나누지 못했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드렸을 뿐인데 눈물을 흘리셨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를 본 관객이 집에 돌아가 자신의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전화 한 통을 걸거나 따뜻한 식사 한 끼를 함께하게 된다면, 그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확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독거노인이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의 공간과 이야기를 기록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경험'이자 작은 사회적 움직임으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신은송 | 이번 작업이 하나의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거노인의 삶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작업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이 독거노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졌으면 좋겠고, 그 경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 다양한 기술과 새로운 방식의 표현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실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담아내면서, 기술적으로는 사운드, VR, 인터랙션 등을 확장해 더 풍부하고 몰입감 있는 형태의 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Q4. 치매를 겪는 조부모님을 8년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사적인 기억을 공적인 전시로 옮기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유준오 | 제 기존 작업의 많은 부분은 유년 시절의 따돌림과 집단폭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했던 극단적인 선택과 같은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사적인 경험을 작품으로 옮기는 일은 저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창작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제가 실제로 경험했던 감정에서 출발했을 때 작품이 가장 솔직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와 동시에 그 개인적인 경험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더 큰 문제와 맞닿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더 이상 저 한 사람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억과 감정에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업 역시 비슷했습니다. 오랜 시간 조부모님의 삶과 노년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있었고, 동시에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던 어르신들의 삶이 그 기억과 겹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이것을 단순히 저희 가족의 이야기로 남겨두기보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닿아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저의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경험 안에서 느꼈던 거리감과 고립, 그리고 누군가에게 닿고자 하는 감정을 공간과 감각의 형태로 옮기려고 합니다.

 

Q5. 제목은 '닿지 않는 집'인데, 정작 전시장에서는 손을 뻗으면 오래된 담요가 닿습니다. '닿음'과 '닿지 못함'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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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더링·프로토타입 가상 공간 2

 

유준오 |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닿지 않지만, 계속해서 닿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관객의 눈앞에는 사실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관객은 손을 뻗거나 몸을 움직이면서 보이지 않는 사물의 존재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특정 위치에 다가가면 센서를 통해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물체와 실제 공간이 연결되고, 손에는 진동이 전달되고 이와 연동된 사물의 소리가 들리거나 미세한 온도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즉, 관객은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더듬으며 집의 존재를 추측하게 됩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닿지 않음'은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는 뜻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대신 경험할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관객은 계속해서 손을 뻗어 어떤 흔적에 닿지만 그 사람의 삶 전체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 간극을 작품 안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관객이 그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을 넘어,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혼자 지내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신은송 | 저희가 말하는 '닿지 않음'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전시장에서는 관객이 어둠 속에서 소리를 듣고, 무언가를 만지고, 공간을 직접 움직이면서 한 사람의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도록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만으로 그 사람의 삶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오히려 그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고 계속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6. 독거노인의 비가시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신, 아예 어둠으로 만들어 보이지 않게 하셨습니다. 시각 중심의 전시 문법을 내려놓으며 얻은 것과 감수해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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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렌더: 크리거·콜리전

 

유준오 | 저는 시각이 굉장히 강력한 감각인 동시에, 너무 빠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보는 순간 우리는 거의 즉각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오래된 방을 보면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작은 집을 보면 외롭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그 판단이 조금 늦어집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손을 뻗어보고, 소리에 집중하고, 발밑과 몸 주변의 변화에 더 예민해집니다. 저는 바로 그 판단이 유예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관객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공간 안에 있는지를 계속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다 조금씩 목소리와 촉각, 진동을 통해 이 공간의 주인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물론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합니다. 시각을 제거하면 공간이나 사물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렵고, 관객이 저희가 의도한 형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소리와 진동, 온기로서 채우고 싶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감각하고 생각하게 되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신은송 | 저희는 시각을 제한함으로써 관객이 다른 감각을 사용해 공간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눈으로 공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객은 소리를 듣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자신의 움직임이나 몸의 감각을 느끼면서 공간을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공간에 담긴 소리와 물건, 이야기 등의 단서를 따라가며 독거노인의 삶과 고립이라는 주제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시각을 중심으로 공간과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이 공간에서는 시각 이외의 감각을 통해 공간과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게 됩니다. 저희는 이런 경험을 통해 관객이 단순히 독거노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그들의 삶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7. 관악구 현장 인터뷰에서 "항상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 같은 말들을 직접 들으셨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장면이나 한마디,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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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현장 리서치, 어르신행복센터

 

유준오 | 저는 일 년에 2-3차례 노인정이나 가정방문을 통해 독거노인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분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지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한 어르신을 휠체어에 모시고 공원을 산책하던 중 제가 "오늘 하루는 어떠세요?"라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휠체어를 밀며 뒤에서 어르신의 옆모습을 보았는데,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아주 행복한 것 같아." 그 분에게도 가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며칠, 때로는 몇 주 동안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못한 채 혼자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이 작품이 어르신들의 생활환경을 재현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온기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닿지 않는 집〉을 만들어가게 된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입니다.

신은송 |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각각의 삶의 맥락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독거노인'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어버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생활이나 감정이 오히려 지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작품에서도 특정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제 인터뷰와 생활 공간에서 발견한 작은 소리나 말, 물건과 같은 흔적들을 파편적으로 제시하고 관객이 스스로 연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그 삶에 접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8. 어르신의 생애 기억으로 재구성된 AI와의 대화는 이 작품의 심장이자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일 텐데요. 실제 삶을 AI의 목소리로 옮길 때 팀이 지키기로 한 원칙이 있다면요. '5분 후 사라진다'는 설정의 이유도 궁금합니다.

유준오 | 이 부분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수정된 부분입니다. 초기에는 여러 어르신의 인터뷰와 생애 기억을 기반으로 AI를 구성하고, 관객이 그 AI와 대화하는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과 계속 논의하면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한 고민이 커졌습니다. 10명이나 2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AI가 과연 지금 혼자 살아가고 있는 수십만 명의 노년의 삶을 대신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는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작품에서는 여러 어르신분들의 삶을 하나의 AI 캐릭터로 통합하기보다, "한 사람의 공간에는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억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실제 거주 공간의 구조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관객은 그분과의 실제 인터뷰와 목소리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만나게 됩니다. 즉, 누군가의 삶을 AI가 대신 정리해서 말하게 하기보다는 한 분 한 분의 실제 경험과 목소리가 최대한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전달되도록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AI와의 대화 방식은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후에는 전시장에서 타인의 삶을 재현하는 장치가 아니라, 실제 독거노인의 거주 공간 안에서 말동무나 정서적 연결을 도울 수 있는 형태로 또 다른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고민했던 '5분 후 사라지는 AI'라는 설정 역시 현재 전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은송 | 이 부분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고민한 끝에, AI와의 대화 형식과 '5분 후 사라진다'는 설정은 이번 작품에서는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어르신을 만나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AI의 목소리나 특정한 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한 사람의 삶을 저희가 임의로 재구성하거나 특정한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AI가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기보다는, 실제로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기억에서 발견한 여러 파편들을 작품 안에 담아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하기보다는,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억과 장면들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닿아볼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Q9. 손목과 가슴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거리값에 따라 강도가 달라집니다. 고독을 촉각으로 전달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고,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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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렌더 — 크리거·콜리전

 

유준오 | 저희가 촉각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존재를 어떻게 실제로 느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시각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와 이야기를 접하지만, 화면 속 대상과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촉각은 무엇인가가 나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감각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많은 어르신들의 집은 밤에도 조명이 거의 켜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혼자 머무는 삶 자체에 익숙해지신 모습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객 역시 무엇인가를 '보아서' 확인하기 전에 먼저 몸으로 존재를 알아차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어떤 물체에 가까워질수록 손목이나 가슴으로 전달되는 진동이 강해지고, 그 진동을 따라가며 공간과 사물의 위치를 찾아갑니다. 가장 큰 고민은 "사물을 얼마나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하는가?"입니다. 촉각만으로는 그것이 의자인지, 침대인지, 담요인지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VR 헤드셋을 씌우거나 시각정보를 다시 제공하면 작품의 감각적 구조 자체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프로토타이핑은 단순히 센서를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시키느냐보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도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신은송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와 관계를 관객이 자신의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리뿐만 아니라 손목과 가슴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는 진동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관객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진동의 변화와 연결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관계의 상태를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진동의 세기와 변화 폭을 조절하면서 관객에게 어떤 정도로 전달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지, 또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과 거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Q10. 가상현실, 사운드,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세 개의 언어가 하나의 어두운 방에서 만납니다. 팀 소개에 쓰신 "변형되고 증식되는 과정"이 실제로 일어난 순간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유준오 | 저희 세 사람 모두 가상현실, 사운드,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세 가지 언어를 어느 정도 경험해왔고 자신의 작품에서도 사용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 방식 자체는 비교적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각자에게 가장 익숙한 하나의 언어를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상현실을 통해 공간 경험을 구성하고, 피지컬 컴퓨팅을 통해 감각 경험을 형성하고, 마지막으로 사운드를 통해 청각 경험을 만드는 식으로 영역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발이 진행되면서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의 형태를 계속 바꾸고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 속 물체의 위치가 피지컬 컴퓨팅을 통해 관객의 진동으로 변환되고, 관객이 그 위치에 가까워지는 행동이 다시 사운드의 거리와 강도를 변화시키는 식입니다. 결국 하나의 데이터가 공간이 되었다가, 진동이 되었다가, 다시 소리가 되는 과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이야기했던 '변형되고 증식된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의미에 가깝습니다.
세 사람이 각자의 언어를 그대로 병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업이 다른 사람의 작업 안으로 들어가 형태를 바꾸고, 그것이 다시 또 다른 감각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관객이 작품을 경험할 때는 이것이 가상현실인지, 사운드 작품인지, 피지컬 컴퓨팅 작품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는 상태까지 가는 것이 저희가 기대하는 지점입니다.

신은송 | 작업을 진행하면서 VR, 사운드, 피지컬 컴퓨팅을 각각의 요소로 나누기보다, 관객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세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객이 공간에서 움직이면 그 움직임에 따라 VR의 환경과 사운드, 피지컬 컴퓨팅의 반응이 함께 달라지고, 이러한 변화가 다시 관객의 움직임과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저희가 말하는 '변형되고 증식되는 과정'은 이처럼 관객의 움직임을 매개로 서로 다른 기술과 감각이 연결되고 계속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Q11. 관객이 5~8분의 어둠을 통과해 밝은 곳으로 나온 뒤에도, 몸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유준오 | 저희가 관객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강한 충격이나 슬픔이라기보다 아주 작은 잔상 같은 감각입니다.
어둠 속에서 관객은 계속해서 손을 뻗고, 무엇인가를 찾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의 삶에 완전히 닿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5~8분이 지나 다시 밝은 공간으로 나왔을 때, 조금 전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했던 시각과 주변의 사람들, 빛과 소리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특히 손목이나 가슴에 전달되었던 진동의 감각이 잠시라도 몸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았는데도 진동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전시장을 나온 뒤에도 그 사람의 존재가 아주 미세하게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감정이 '불쌍하다'에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이 전시장을 나온 뒤 "내 주변에는 누가 있지?", "나는 지금 누구에게 닿지 못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집에 있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을 거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이 작품의 가장 이상적인 마지막 장면은 전시장 안에 있지 않습니다. 관객이 전시장을 나간 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순간, 그때 비로소 〈닿지 않는 집〉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은송 | 저희가 가장 남기고 싶은 것은 특정한 감정이라기보다 '나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어둠 속에서 관객은 누군가의 삶을 직접 경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짧은 경험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한계를 경험하고,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밝은 곳으로 나온 뒤에도 작품의 내용보다는 누군가에게 닿으려고 했던 자신의 몸의 감각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거리감이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저희에게 이 작품의 핵심은 닿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

APE EXPANSION APE-FICTION(유준오, 이규원, 신은송)

[인터뷰어]

APECAMP 2023 참여자 · 2026 협력기획자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