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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

예술가가

사랑한 건축

호텔에서 공원까지, 건축이 우리 삶을 예술로 인도하는 방식.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 맞춰 떠나는 공간 여행

우리는 크고 작은 건축 속에서 살아갑니다. 의식하며 살아가진 않지만 어느 날 문득 낯선 도시의 광장에 서서 감동받거나 오래된 자연과 조응하는 건축의 일렁임을 바라볼 때 예술적 영감을 얻죠. 어떤 공간은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도시의 문화를 바꾸기도 하며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거대한 ‘영감의 무대’로 작동하는 건축.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주목한 다섯 건축가의 작업을 통해 예술적 영감이 넘치는 공간의 매력을 탐구해봅니다.

 

1. 헤리턴스 칸달라마와 루누강가 호텔 – 정글과 호텔이 하나 되는 순간

스리랑카의 밀림 속으로 길게 뻗은 헤리턴스 칸달라마 호텔은 스리랑카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제프리 바와가 설계한 대표작이자 ’열대 모더니즘’의 상징입니다. 호텔 외벽을 뒤덮은 덩굴과 수목은 건물이 숲과 함께 자라난 일부처럼 보이게 하죠. 로비에서 발코니로 발걸음을 옮기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인공적인 전망이 아니라 그대로 살아 있는 숲과 호수의 파노라마입니다. 벤토타 해변 마을 근처에 자리한 루누강가는 바와의 사유지를 개조한 호텔로, 이곳에는 그의 친구이자 바틱 예술가였던 에나 데 실바를 위해 1962년 콜롬보에 지은 주택 넘버 5도 함께 자리해 있습니다.

칸달라마 호텔

헤리턴스 칸달라마 (Heritance Kandalama Hotel)

 

패션 디자이너 필립 림은 오래도록 제프리 바와의 건축을 동경해왔다고 고백하며 마침내 일주일의 휴식이 주어졌을 때 스리랑카로 건축 여행을 떠났다고 밝혔는데요. 영화 <제프리 바와-장소에 깃든 천재성>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에게 에코 리조트 건축 철학의 바탕이 되는 장소이자 영혼의 쉼터로 기능하는 바와의 건축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프리 바와-루누강가

루누강가 (Lunuganga)



2. 브라이언트 파크 – 도시의 거실로 다시 태어난 공원

뉴욕의 심장이라 불리는 타임스 스퀘어와 도서관 사이 자리한 브라이언트 파크는 지금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활기찬 공간이지만 한때는 범죄와 노숙 문제로 악명 높은 곳이었습니다. 조경가 로리 올린은 이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해 ‘도시의 거실’로 되살려냈죠. 그는 사람들의 시야보다 훨씬 위로 자라는 나무를 배치해 수목이 있되 가려지지 않고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을 두고 가벼운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제안했죠. 또 작은 공연 무대,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키오스크를 배치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브라이언트 파크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이 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속 뉴욕을 상징하는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bryant-park_Photo Will Steacy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 (Bryant Park, New York) Will Steacy


이처럼 브라이언트 파크는 공공 공간이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올린의 설계 이후 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되었고, “공원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순간 완성된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영화 <로리 올린의 응시하는 삶>은 예술가이자 도시 비전가인 로리 올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작품으로, 그가 지난 50년 간 현대 도시를 정의하고 공공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요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 레사 수영장과 보아 노바 레스토랑 – 풍경 속으로 사라지는 건축

알바루 시자는 20세기 후반 유럽 건축의 거장으로 1992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반열에 올랐고, 국내에도 미메시스 뮤지엄, 안양파빌리온 등의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알바루시자-1

(미메시스 뮤지엄한국 / (영화 스틸컷 <알바루 시자 X 마얀송시와 철학의 건축>


영화 <알바루 시자 x 마얀 송: 시와 철학의 건축>에서는 포르투갈 출신인 그가 포르투에 남긴 족적을 따라가는데요. 그 중에서도 해안 마을 레사에는 알바루 시자의 대표작인 레사 수영장(Piscina das Marés)이 있습니다. 1960년대에 지어진 이 공공 수영장은 바위 지형을 따라 만들어져 멀리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닷물이 그대로 유입된 수영장과 콘크리트 벽, 자연석이 어우러진 멋진 공간이죠. 수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든 보아 노바 레스토랑도 그와 결을 같이 합니다. 지형에 스며든 건축은 간결해서 눈에 띄지 않음으로써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건축이 스스로 드러나는 대신 자연을 더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된 공간에서는 눈앞의 바다와 하늘, 바위에 몰입하게끔 하죠. 건축이 사라질 때 오히려 가장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역설적인 경험. 레사 수영장과 보아 노바 레스토랑은 지금도 수많은 여행자와 건축 애호가들이 찾는 성지이자 건축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알바루시자-2

(레사 수영장 (Piscina das Marés), 사진 GIOVANNI AMATO / (보아 노아 레스토랑 (Casa de Chá da Boa Nova), 사진 João Morgado

 

 

4. 스튜디오 뭄바이 주택과 아마야 호텔 – 장인의 손길로 지은 집

영화 <비조이 자인: 조율의 감각>에서는 스튜디오 뭄바이를 이끄는 인도의 건축가 비조이 자인을 주목하는데요. 그가 만든 공간은 흙과 대나무, 돌 같은 로컬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는 그는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흙, 돌, 대나무 같은 재료를 건축의 주인공으로 삼죠. 카림지 하우스와 코퍼 하우스, 팔미라 하우스 같은 작업이 대표적입니다. 인간의 손길과 땅의 질감이 살아 있는 건축. 장인들의 손길이 그대로 남은 벽과 천장은 시간의 결을 품습니다. 그가 엮어낸 장소에서는 시공간을 가지런히 정돈해 마치 명상을 하러 들어온 것처럼 주변 환경과 연결됩니다.

상-카림지하우스-하-코퍼하우스

(카림지 하우스 Carrimjee House)사진 Giovanni Hänninen / (코퍼 하우스 (Copper House II)사진 Studio Mumbai


장인 정신과 공간을 짓는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예술, 건축, 소재 간의 연결을 재해석해 사색과 명상의 공간을 꾸린 <건축가의 숨>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 뭄바이의 건축 방식을 느끼고 싶다면 가장 최근 작업인 인도 아마야 호텔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카사울리 마을의 고대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오랜 세월 존재해 온 산악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조이 자인의 건축 방식이 천혜의 자연 환경과 어우러지기 때문이죠. 건식 쌓기 방식의 석재와 구리 같은 전통 재료와 현대적 디자인을 조화시킨 아마야는 산악 지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아먀야 호텔

아마야 호텔인도 (Amaya, India)




출처 | Heritance Kandalama Hotel, Lunuganga, Will Steacy, 미메시스 뮤지엄, GIOVANNI AMATO, João Morgado, Giovanni_Hänninen, Studio Mumb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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