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에이프캠프(APE CAMP)1)가 올해로 4회 차를 맞이했다. 지난 3년간 에이프캠프를 거쳐 간 청년예술가와 기획자, 기술전문가는 약 300명에 달한다. 청년예술가와 기획자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모색하겠다는 목표하에 변화와 확장을 거듭해 온 에이프캠프는 지금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에이프캠프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재양성팀의 신다영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 에이프캠프의 시작
에디터 인터뷰일 기준으로 제4회 에이프캠프 개최까지 약 석 달이 남았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신다영 캠프 참여자를 모집하느라 한창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해외 참여자 모집이 며칠 전에 마감되었고 지금은 국내 참여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주: 국내 참여자 모집은 2025년 3월 5일에 마감되었다.) 협력 기관과 연사 섭외도 조율하고 있고요.
에디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에이프캠프는 2022년에 처음 시작된 프로그램이죠. 예술위에서 에이프캠프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시에 다른 문화예술지원기관에서도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지원하는 사업을 다수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예술-기술 융합 사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신다영 기존의 예술-기술 융합 지원사업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①예술가에게 기술 교육을 지원하고 ②예술가가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작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며 ③예술-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죠. 예술가가 기술을 활용해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전문가와 교류해야 하는데, 그들의 교류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술-기술 융합을 활용한 작품 창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예술가와 기술전문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자 매년 39세 이하의 국내외 청년예술가와 기술전문가, 총 100명을 선정해 에이프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제3회 에이프캠프 현장스케치 영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에디터 캠프의 규모가 크고 참여 인원이 많은 만큼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겠네요. 캠프 참여자는 어떻게 선발하시나요?
신다영 지원 영역에 대한 이해도와 협업‧소통 역량, 적극성, 기대효과 등을 기준으로 국내외 예술-기술 융복합 창작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문가와 함께 심사를 진행합니다. 에이프캠프의 디렉터로서 사업 기획 및 운영 과정에 큰 힘을 보태주고 계신 김제민(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 교수), 김희정(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 작곡 및 뉴미디어 교수), 손상원((주)디아랩 대표), 조수현(바우어랩 대표 겸 총괄디렉터) 네 분을 포함해서요. 예술가‧기획자와 기술전문가의 비율, 국내 참여자와 해외 참여자의 비율도 고려하고요. 선발 결과가 발표되면 참여자가 서로 얼굴을 익히고 알아갈 수 있도록 ‘사전 네트워킹 캠프’를 진행합니다. 그후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본 캠프에서는 무작위로 팀을 구성해 미션을 수행하고요. 멘토링과 네트워킹도 본 캠프 기간에 함께 진행하죠. 이후에는 캠프에서 진행한 미션 결과를 토대로 우수 참여자를 선정해 7박 8일간의 해외 리서치 트립을 지원합니다.
2024년 제3회 에이프캠프 사전 네트워킹 캠프 현장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에디터 에이프캠프의 미션 내용과 진행 방식도 매년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신다영 참여자가 보유한 서로 다른 융복합 세계관을 공유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할 수 있는 재미있고 확장성 있는 미션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예술-기술의 융합으로 이그노벨상2)에 도전한다면?”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국내외 협력기관에서 미션 주제를 제안해 주시기도 합니다. 포항문화재단에서는 “포항과 상생할 수 있는 예술-기술 융합 프로젝트”를,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Jason Bruges Studio)에서는 “2024 에이프비엔날레 개최”라는 미션에 “영국 이스트본 지역에 구현할 수 있는 융복합 프로젝트 기획”이라는 주제를 직접 제시해 주셨어요. 외부 협력을 통해 제시된 미션은 좋은 아이디어를 낸 참여자에게 후속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게 연계 지원하다 보니 현장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에디터 캠프 참여자 외에 일반 예술가이나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신다영 에이프캠프의 연계 행사로 진행하는 ‘아르코 예술기술융합 국제 컨퍼런스’는 예술-기술 융합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2024년에는 국립정동극장과 협력해서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사전 예약 3일 만에 180석이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사전 예약자의 실제 참석률도 80% 이상으로 무척 높았고요. 무료로 진행되는 컨퍼런스는 보통 참석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그만큼 최근 예술-기술 융합 분야에서 유의미한 주제와 주목받는 인물을 잘 선정한 것 같아 무척 뿌듯했습니다.
2024년 아르코 예술기술융합 국제컨퍼런스 현장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와 기술전문가의 성장을 위해
에디터 작년에는 에이프캠프 해외 협력기관의 관계자가 국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고 본 캠프에도 멘토로 참여해 주셨죠. 올해에는 어떤 기관에서 참여할 예정인가요?
신다영 작년에는 독일 칼스루헤의 ‘예술과 미디어 센터(Zentrum für Kunst und Medien, ZKM)’, 영국의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 일본의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amaguchi Center for Art and Media, YCAM)’, 캐나다 퀘벡의 ‘월드 크리에이션 스튜디오(World Creation Studio)’, 미국의 ‘그레이 에어리어(Gray Area)’, 이렇게 총 5곳에서 컨퍼런스 연사 겸 멘토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올해는 컨퍼런스 연사와 본 캠프 멘토가 각각의 역할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연사와 멘토를 분리하게 되었습니다. 본 캠프 멘토로는 독일의 ZKM과 캐나다 퀘벡의 ‘예술과 기술 공동체(Society for Arts and Technology, S.A.T)’를 포함한 협력 기관의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실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다른 전문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새로운 지역의 기관과 참여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예술-기술 융합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관을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직접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여자에게는 무척 뜻깊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신다영 작년에는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의 대표인 제이슨 브루지스가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고 에이프캠프의 멘토로도 참여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제이슨 브루지스가 내 미션을 직접 봐준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얘기하는 걸 직접 듣기도 했죠. 국내 참여자뿐만 아니라 해외 참여자도 비슷한 반응이었고요. 전문가의 수준 높은 멘토링 외에도, 캠프 참여자들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후속 활동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리서치 트립 지원 대상으로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미션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보여준 참여자를 선정해 포항문화재단,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좌) 포항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업무협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 신진 예술가 피칭 프로그램
신다영 또 예술위에서 후속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캠프 참여자가 에이프캠프의 네트워크를 자발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면서 직접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2023년 에이프캠프에 참여했던 김재우 기획자가 주축이 되어 ‘에이프톡(APE TALK)’이라는 예술-기술 네트워킹 행사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에이프톡의 단체 채팅방에는 역대 캠프 참여자는 물론이고 에이프캠프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예술-기술 융합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이 다수 계시더라고요. 새로운 협업 파트너를 구하거나 타 분야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또 자신의 예술-기술 융합 활동 소식을 공유하는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단체 채팅방을 통해 빠르게 소통할 수 있어서 활성화가 잘되고 있습니다. 마침 다가오는 3월 22일에 올해 첫 에이프톡이 개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좌) 2025년 제1회 에이프톡 포스터 / (우) 에이프톡 현장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에디터 역대 참여자분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드셨다는 게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 밖에 에이프캠프의 질적인 성장과 확장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신 것이 있나요?
신다영 제3회였던 작년부터는 해외 참여자를 함께 모집해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해외 참여자는 아무래도 국내 참여자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고 그간의 활동 경험이나 특징, 기술 수준 등이 다르므로 국내외 참여자가 함께 만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해외 참여자와 네트워킹을 통해서 ‘예술 비전공자로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같은 비전공자로서 예술-기술 융합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참여자를 알게 되어 좋았다’, ‘해외의 예술가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공감이 되었다’ 등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주신 국내 참여자가 많이 계셨고요. 올해는 해외 참여자의 비율을 좀 더 확대하고 통역 등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보완해서 국내외 참여자가 언어의 장벽 없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입니다.
2025년 제4회 에이프캠프를 기다리며
에디터 2025년 제4회 에이프캠프는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프로그램 구성상 달라진 점이나 보완된 요소가 있나요?
신다영 제1~3회에서는 미션 3개를 2일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간에 쫓기며 미션을 진행하는 게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올해는 미션 수를 줄이고 미션별 배정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일정 변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캠프 첫날은 참여자 100인이 모두 참여하는 ‘릴레이 피칭 데이’로 진행해서 본격적인 팀 미션 전에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컨퍼런스 참여 연사와 에이프캠프의 멘토를 분리하고, 수익화 모델 구축이나 참여자의 향후 활동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섭외하는 등 참여자가 좀 더 유의미한 피드백을 얻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지난 에이프캠프 프로그램 현장에서 다양한 캠프 참여자를 직접 만나보셨을 텐데요, 프로그램 현장에서 경험하신 바를 토대로 제4회 에이프캠프 참여자로 선정되신 분들께, 또는 에이프캠프에 지원하려 하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신다영 우수 참여자로 선정되신 분들께는 7박 8일의 해외 리서치 트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과도한 경쟁의식을 갖고 캠프에 참여하거나 미션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도 계셨어요. 그런데 에이프캠프는 청년예술가와 기술전문가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경쟁의식보다는 ‘앞으로 내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 한 명은 꼭 알아가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참여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어 가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팀 미션을 진행할 때도 자신의 아이디어만 밀어붙이기보다는 팀원의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고요. 그리고 본 캠프 전에 사전 네트워킹 캠프에 참여하시는 걸 꼭 추천드립니다. 본 캠프에서는 팀이 무작위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전 캠프에 참여해서 다른 참여자를 한 명이라도 더 알게 되는 게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전년도 우수 참여자의 경험담이나 노하우도 들으실 수 있고요.
2023년 제2회 에이프캠프 해외 리서치 트립 브이로그(영국‧프랑스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에디터 앞으로 에이프캠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사업 담당자로서 집중하고 있는 방향성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신다영 에이프캠프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에이프캠프가 예술 현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판단하에 프로그램의 성과와 효과성을 조금 더 면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요. 에이프캠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 그룹 콜렉티브나 지원사업 선정 사례, 작품창작‧발표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에이프캠프가 일회성의 프로그램으로 그치지 않고, 참여자가 작품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술 분야 안팎의 다양한 주체들과 대외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서, 에이프캠프 참여자가 새로운 활동 기회를 얻고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에디터 에이프캠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 캠프 종료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와 유의미한 후속 활동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에서 고민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5년 제4회 에이프캠프 공고
▶ 2025년 제1회 에이프톡 참가 신청